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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소한 '동장군'과 '손돌이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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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의 말글산책] 소한 '동장군'과 '손돌이추위'

[글로벌이코노믹 이재경 기자] “오늘 날씨는 소한답게 동장군의 기세가 대단하다." “아이들이 동장군의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썰매를 즐기고 있다.” "포천에서 ‘동장군 축제’가 1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소한인 1월 6일 아침 조간신문의 기사 내용입니다. 요즘 독자들은 '동장군'이 무슨 뜻인지, 혹시 사람 이름은 아닌지 고개를 갸웃거릴 것입니다.

‘동장군(冬將軍)’의 사전적 의미는 “‘겨울장군’이라는 뜻으로, 혹독한 겨울 추위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이 말이 나온 배경은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전쟁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폴레옹은 1812년 60만 대군을 이끌고 러시아 원정을 감행했습니다. 러시아가 자신이 내린 ‘대륙봉쇄령’을 어기고 영국과 교역을 한 데 대한 보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나폴레옹의 프랑스군이 승승장구하는 듯했는데, 겨울이 닥치자 추위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프랑스군은 무려 40만 명의 희생자를 내며 패퇴해야 했습니다. 이를 영국의 한 신문기자가 신문에 ‘영하의 장군’(general frost)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이를 ‘동장군’이라고 이름 붙인 사람은 일본 사람이었습니다.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군의관 출신의 일본 작가 모리오 가이가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번역하면서 ‘영하의 장군’을 ‘동장군’으로 번역했습니다.

그 이유는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략전쟁 때 공을 세운 ‘알렉세이 후유시코프’ 러시아 장군의 이름 ‘후유시코프’의 ‘후유’가 일본어로 ‘겨울 冬’자를 의미해 ‘장군’ 앞에 ‘영하의’ 대신 한자 겨울 ‘冬’자를 붙여 ‘동장군(冬將軍)’으로 번역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동장군(冬將軍)’은 '매서운 추위'를 의미하는 용어가 된 것입니다.

순우리말인 ‘손돌이추위’는 들어보셨나요?

‘손돌이추위’란 추운 날씨에 바람까지 세찰 때 이를 비유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손돌이’란 ‘손석(孫石)’ 또는 ‘손돌(孫乭)’이란 이름에 접미사 ‘-이’가 붙은 말인데 고려시대의 뱃사공으로 전해집니다.

‘손돌이추위’란 말에는 가슴 아픈 전설이 있습니다. 고려 때 어느 임금이 음력 10월 스무날 강화도로 피란을 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포 통진과 강화 사이를 가다가 여울에 휩쓸려 매우 곤란을 겪게 되었습니다. 이때 임금은 손돌이가 흉계를 꾸미고 있다며 그의 목을 베려 했습니다. 손돌이는 “이 뱃길은 아주 험한 곳으로, 이 길밖에 없다”고 설명했으나, 임금은 듣지 않고 손돌이를 의심했습니다. 그래서 손돌이는 체념하고 여울을 무사히 헤쳐 나가도록 품에서 바가지 하나를 꺼내 주면서 그 사용 방법을 일러주었지만 참살을 당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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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다른 사공으로 하여금 배를 젓게 했으나 배는 길을 잡지 못하고 요동을 쳤습니다. 그래서 손돌이의 말대로 바가지를 물에 띄웠더니 배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무사히 강화도로 배를 인도했다고 합니다. 무사히 피란을 한 임금은 그 뒤 손돌이가 억울하게 죽은 것을 깨닫고 사당을 세워 원혼을 달래게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음력 시월 스무날 그의 제삿날만 되면 무서운 추위가 몰아닥쳐 사람들은 이를 손돌이의 원한의 한숨이 바람이 되어 부는 것이라 하여 ‘손돌풍’ 또는 ‘손돌이추위’라고 하고, 손돌이가 죽음을 당한 여울을 ‘손돌목’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재경 기자 bubmu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