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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W기술자 경력관리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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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칼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SW기술자 경력관리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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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환 (주)제스아이앤씨 이사
SW산업의 특성상 잦은 이직, 휴폐업 등에 따라 SW기술자의 경력관리의 어려움이 있었고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08년 미래창조과학부가 도입한 것이 바로 SW기술자 경력관리제도다. SW기술자 경력관리 제도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부실방지와 기술자의 처우개선•권익보호를 위한 신고제도로써 현재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미래부로부터 SW기술자 경력관리기관으로 지정받아 SW기술자 신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2008년도 도입당시에는 4단계 등급(초급 중급 고급 특급기술자)으로 기술자의 등급을 관리했으며 이렇게 관리되는 기술자의 등급산정을 위해 기술자격자와 학력•경력자 2가지 기준을 마련하여 적용했다. 기술자격자라 함은 자격증을 가진 자 또는 자격증을 가지고 일정기간 업무를 수행한자를 말하며, 학력•경력자라 함은 고등학교 졸업 또는 학위를 가진 자 또는 관련 업무를 일정기간 수행한자를 말한다.

물론 엔지니어의 능력을 등급화하기 위해 기준을 마련하는데는 많은 고충이 있을 수밖에 없고, 이를 극복하며 나름 다양한 경우를 반영하도록 노력한 결과물이 나왔다. 하지만 문제는 2008년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발생했다. 2008년 8월에 기술자 등급 산정 기준이 바뀌었는데, 바뀐 내용의 골자는 초급기술자에 대해서만 기존의 학력•경력자 기준을 인정하고 중급이상의 기술자에 대하여는 자격증을 필수로 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갑자기 자격증에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면서 자격증이 없으면 관련 업무를 100년을 처리해도 초급기술자를 못 벗어난다는 것이다. 더 이상한 부분은 기술등급의 인정을 위해 취득해야 하는 자격증 범주다. IT서비스 관련 시스템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기획자,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라는 4가지 영역의 관련 기술자가 필요하다.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중급기술자 이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취득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고 업무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농기계 디자이너가 농업이나 물리에 대해 알아야 한다며 생명과학이나 물리학 학위를 요구하는 꼴이다. 이러한 자격증이 디자이너의 능력을 얼마나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하여는 의문점이 생길 뿐이다.

더 나아가서 이 법을 만든 미래창조과학부나 경력관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자격증이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없다면 우리는 초급기술자에게 관련 업무를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행히 이런 불합리한 부분을 늦게나마 인지하고 시행 3년 후 2012년에 기술자 등급제가 폐지된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일선에서는 현재까지도 많은 영역에서 폐지된 기술자 등급제가 여전히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얼마 전 “기존 학력경력 중심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에 기반을 둔 능력중심으로 개선하여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기사와 그 내용을 보니 새삼 2008년도 개정 당시의 상황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

제도의 시행도 중요하지만 본격적인 시행 전 충분한 의견수렴과 검토가 먼저 보장되어야 한다. “SW기술자신고제도는 SW기술자의 경력 입증의 어려움을 해소하여 제값 받는 풍토를 조성하고 경력 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며 개인의 역량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라는 홍보문구처럼 이번에는 2008년 초기 도입된 제도를 개선하면서 범한 우를 다시금 반복하지 않기를 바라며 현장의 SW기술자들이 기쁘게 환영하는 방향의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임승환 (주)제스아이앤씨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