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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 중고차(中古車)라는 말 대체할 참신한 우리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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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칼럼] 중고차(中古車)라는 말 대체할 참신한 우리말 없을까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이미지 확대보기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
중고차라는 말에서 사람들은 어떤 감정 혹은 이미지를 떠올릴까. 시도 때도 없이 고장이 날까 걱정되는 헌 물건이라는 소극적 이미지일까. 아니면 가격 대비 유용한 기능을 발휘하는 경제적 물건이라는 긍정적 이미지일까.

보통은 중고차라는 단어에서 좋은 이미지 보다는 좀 부정적인 이미지를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하다. 중고차뿐 만이 아니라 그 중고차를 취급하는 매매상인들, 그리고 중고차 시장 자체를 그리 호의적으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언론 매체나 각종 SNS에서도 중고차와 관련해서는 훈훈한 미담을 찾아보기 어렵다. 증오에 가득 찬 비난도 자주 보인다. 마치 중고차라는 단어 그 자체가 천덕꾸러기가 되어 있는 듯하다.
우리가 중고차라고 표현하는 대상에 대해서 영어권 국가에서는 다음과 같이 다양한 의미로 표현하고 있다. 'Used car(사용된 차)' 'Secondhand car(한 번 거쳐 온 차)' 'Pre- owned car(전에 소유되었던 차)'.

그런데 이런 표현 어디에서도 중고(中古)라는 뉘앙스는 찾아볼 수 없다. 중(中)이라는 '가운데'의 의미도, 고(古)라는 '옛'의 의미도 위 영어 표현에는 없는 것 같다. Old Car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이 표현은 중고차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Old Car는 고전적(Classic)인 차 혹은 골동품(Antique) 차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소 30년 이상의 차령을 가진 차로, 매니아들의 수집이나 소장의 대상이 되는 차다.
새 차는 글자 그대로 新車(신차·New Car) 혹은 완전 새차(Brand New Car)로 표현되어 별 의문이 없다. 그런데 헌 차는 왜 중고차(中古車)일까. 상식적으로는 구차(舊車) 혹은 고차(古車)로 표현되어야 신차라는 표현과 제대로 대비되어 어울리지 않을까.

중고차(中古車)라는 단어가 한자(漢字)로 되어 있어 중국에서 쓰는 말인 줄 오해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중고차라는 표현을 보통 이수차(二手车) 라고 표현하고 있다. 영어의 Second hand Car라는 표현을 직역해서 붙인 말인 것 같다. 혹은 구차(舊車)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중고차라는 말을 쓰기는 하지만 아주 예외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에서도 중고차를 xe c?(쌔 꾸우)라고 쓰고 읽는다. 혹은 xe oto c? (쌔 오토 꾸우)라고 쓰기도 한다 Xe는 차(車), c?는 구(舊)라는 한자어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구차(舊車)를 베트남어의 어순대로 앞뒤를 바꾸어 車舊(차구 / xe c? )라고 쓰고 읽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중고차(中古車)라는 말은 일본에서 기원된 말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헌 물건 혹은 낡은 물건이라는 말을 고품(古品) 혹은 고물(古物)이라고 표현한다. 우리 나라에서 자동차관리법에 규정된 중고차매매업 관련 규정들이 일본에서는 고물 영업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경우에는 고차(古車) 라고 표현되는 것이 논리적일 것으로 보이는데 거기에 왜 중(中)자가 들어가 있을까.

정답을 찾지는 못했다. 일본어를 전공했거나 많이 공부한 것도 아니어서 깊이 조사할 수도 없다. 굳이 유추 해석해 본다면 고차(古車)라는 표현에서 낡은 정도를 좀 완화하여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가운데 중(中)자를 고차(古車)라는 표현의 앞에 두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본다. 일본의 표현 중 과거시대를 나타내는 표현 중 상고(上古) , 중고(中古) , 근고(近古)라는 표현이 있는데 여기서의 중고(中古)는 아주 오래된 과거나 아닌 적당한 시간이 경과한 과거를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고차(古車)라는 표현에서 아주 헐고 낡은 차라는 이미지가 연상되기 때문에 그 앞에 중(中)자를 붙여, 낡기는 했지만 아주 심하게 낡지는 않아 아직 쓸만한 차를 표현하는 단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고(古)라는 말은 형용사로 후루이(ふるい / 낡은)라고 읽는다. 이 고(古, 후루이)자 앞에 중(中, 쥬)이라는 말이 붙으면 연음 현상에 의해, 중고(中古)라는 말이 일본어로 쥬부루(ちゅうぶる)로 발음이 되게 된다. '적당히 낡은'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에는 중고차를 "어느 기간 동안 사용하여 조금 낡은 자동차"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의 해석과 유사한 개념이다.

낡음의 개념을 포함하지 않는 표현인 Second-hand라는 표현을 중국에서는 이수(二手)라고 번역하여 사용해 왔지만 일본은 좀 다르게 차용을 했다. '세컨드 핸드'라는 발음을 일본식으로 축약하여 '세코 항(セコハン)'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늘 날 일본에서 '세코항(セコハン)'이라는 말은 중고품이라는 말로 통용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요즘 중고차라는 표현을 주로 Pre-owned Car라고 표현한다. Used Car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쓰던 것 혹은 헌 것의 의미를 줄여보려는 심리일 것이다. 중고차 사업자들은 대체로 Used Car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Secondhand Car라는 표현도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글자 그대로는 한 번 거쳐온 두 번째 차라는 말이겠지만 차에 따라서는 세 번째(Thirdhand)나 그 이상의 유랑(流浪) 경력이 있어 Secondhand 라고 표현하면 자칫 이력 축소로 오해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Pre-owned 라는 표현은 소유된 경력이 있다는 말이지 소유의 횟수나 차량의 상태에 대한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서 표현상 아무런 부담이 없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인증(Certified)의 과정을 거친 중고차는 특히 CPO(Certified Pre-Owned·인증중고차)라고 부르면서 중고(Used)의 이미지를 한 번 더 탈색하려 한다.

그렇지만 우리 중고차시장에서는 (소유)경력이라는 말을 '영업용 운행 경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경력차 하면 곧 택시나 렌터카 사용 이력이 있는 차를 지칭한다는 것이다.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다소 저 평가를 받는 차군이다.

일본의 경우 신차와 거의 같은 품질 수준의 중고차는 별도로 신고차(新古車)라고 부르기도 한다. 중고차이지만 중고차(Used Car)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차다. 자동차 대리점들이 판매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리점 이름으로 구입하여 선 등록을 해 두었다가 다시 소비자에게 재 판매하는 차 등이 신고차에 해당한다. 업계 속어로 소위 '마에가리(まえがり·前借り)'된 선 출고(先 出庫) 차량을 말한다.

중고차라는 단어 자체가 순수 우리말이 아니라면, 그리고 그 표현에서 느껴지는 이미지도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면, 혹시 중고차(中古車)라는 일본식 표현을 대체할 수 있는 적당한 우리말 대안어(代案語)는 없을까. 적당히 헌, 적당히 낡은 이라는 어정쩡한 이미지가 아닌 다른 참신한 표현은 없을까. 아직은 일본의 중고차 유통시스템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는 하지만 언젠가 우리나라만의 독창적 유통시스템이 활성화될 때를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신현도 (주)유카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