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전 지역 주민과 소통을 강화하고자 만든 위원회에서 활동한 한 위원의 말이다. 반핵운동을 했던 그는 정부가 원자력 발전소 운영과 관련 시민 사회의 의견을 듣고자 만든 자리에 위원으로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자기 목소리를 전달할 유일한 통로였기에 제안을 수락했다.
최근 정부가 원전 폐쇄를 추진하며 ‘소통’이란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핵심 골자는 해외 사례를 롤모델로 삼아 신규 원전 공사 중단 여부를 시민배심원단에 맡기자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째서 지역 주민들은 소통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걸까. 시민배심원단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 정부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정부가 벤치 마킹하려는 해외 사례들은 우리나라의 소통 기구와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해외 기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다. 독일에서 원전 폐쇄를 논의하고자 만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는 종교 지도자와 재계 인사, 원로 정치인, 대학교수, 시민단체 등 17명의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됐다.
반면 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에는 시민 단체나 지역 주민 추천 인사가 참여하지 않는다. 원자력안전협의회는 지자체가 추천한 전문가·주민 대표가 참가할 뿐 주민이 직접 뽑은 인사들은 위원회에서 찾을 수 없다.
정부가 제안한 시민배심원단 역시 전문가를 제외하고 시민들로만 채워진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지니지 못한다.
강력한 정보 접근 권한도 우리와 다른 점이다. 프랑스는 지역 주민과 지자체에 제공해야 할 원자력 안전 정보가 법적으로 명시돼 있다. 관련 법에 따라 프랑스의 지역협의체 CLI는 원전운영사에게 정보 요청을 할 수 있고 사업자는 접수 후 8일 이내에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한 경우에도 원전 운영사는 이를 빠르게 CLI에 알릴 의무를 지닌다. 우리는 어떠한가. 지역 주민들조차 동네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를 문자로 통보받는 상황이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강력한 정보 접근 권한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시민배심원단은 또다시 소식 기구로 전략할 것이다. 지금 정부가 살펴야할 건 해외의 놀라운 성공담이 아닌 숱한 실패 스토리가 아닐까.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