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은 지난 2월 17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재판에 올해 상반기를 오롯이 투자했다. 8일 기준 재판은 총 36회, 출석한 증인만 45명에 달한다.
일각에선 삼성 측이 관련소식을 국민들에게 최대한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 ‘송송 커플’의 결혼설이 발표된 것으로 해석했다. 당시 법정에서 재판을 방청하던 이들은 파안대소(破顔大笑)했다.
이 부회장 입장에선 억울할 수 밖에 없다. 당시 안 전 수석의 증인신문은 이틀에 걸쳐 이뤄졌다.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1명의 증인이 2번 연속 재판장에 등장하는 경우는 안 전 수석이 처음이다.
5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 전 수석에 대한 주신문으로 7시간을 소요했다. 이로 인해 삼성 측의 반대신문은 오후 8시부터 시작됐다. 이때 안 전 수석의 이틀 연속 증인출석이 결정됐다. 안 전 수석의 2일 연속 출석은 사전에 협의된 것이 아닌 우발적인 상황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SNS의 의견처럼 안종범 수첩의 증거 채택여부를 가리기 위해 ‘송송 커플’의 결혼성을 활용했다면, 삼성의 업무능력은 박수 받을 만하다. 결혼설이 발표된 시각은 지난 5일 오전 8시, 안 전 수석의 이틀 출석은 전날인 4일 오후 8시에 결정됐다.
삼성이 안종범 수첩의 증거채택 여부 보도를 결혼설로 가렸다고 한다면 단 12시간 만에 관련업무가 처리된 셈이다. 사실상 업무를 진행하기에 부족한 시간이다. 삼성이 송송 커플의 결혼설을 이용했다는 것은 단순한 억측에 불과하다.
한편 이목이 집중됐던 안종범 수첩은 ‘정황증거’로 채택됐다. 다음달 말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재판의 추는 어느 정도 기운 모양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