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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의 공모전 아이디어 절도, 이제는 끝을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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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의 공모전 아이디어 절도, 이제는 끝을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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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키움증권이 이달 말까지 진행 중인 ‘빅데이터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를 귀속하는 약관을 넣었다.

약관에 따르면 이 회사의 공모전에 참여하는 것은 수상 여부와는 별개로 창작자 자신이 권리를 모두 다 내주는 행위가 된다. 키움증권 측은 기자의 지적에 곧바로 수정하겠다고 밝혔지만 키움증권 측은 유독 특허 등에 열심인 회사라 여러모로 아쉬움이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모전 아이디어 갈취 행위에 대해 “그게 뭐가 문제냐”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도 서민금융진흥원, 대구시 남구청 등 정부부처부터 시작해 시군구에 개별기업까지도 출품된 아이디어를 빼앗는 불법행위는 자행되고 있다.

이는 모두 저작권 침해 행위다. 지난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는 공모전 표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당시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모전에 출품된 응모작의 저작권은 저작자인 응모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또한 공모전의 주최 측은 응모작들 중 입상하지 않은 응모작에 대해 어떠한 권리도 취득할 수 없다. 입상한 응모작도 저작재산권의 전체나 일부를 양수하는 것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해 고지할 수 없다.
기자는 최근 몇 년간 금융투자업계에서 공모전 아이디어 갈취 행위를 수차례 보았다. 매번 지적해왔지만 끝없이 반복되고 있다. 다행히도 이번 취재 과정에서 드디어 금융투자업계에서 문제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키움증권의 공모전 이벤트) 심사 과정에서 놓친 부분이 있는 것이 맞다”며 “앞으로는 공모전 약관 부문에 대해 검사를 강화하고, 회원사들도 처음부터 이런 일이 없도록 사례집을 만들어 배포하는 등 홍보를 강화하겠다. 이러한 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또한 기자와의 통화에서 “문구에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부분이 있어 수정에 들어갔다”며 “모든 아이디어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수상작만을 귀속의 대상으로 한다”고 말했다.

수상과는 별개로 저작권자와의 합의 후 지식재산권 사용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설명하자 키움증권 측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하고 연락 주겠다”고 밝혔다.

오래된 문제가 해결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특허청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다양한 특허를 보유한 증권사다. 지난 2015년에는 로보어드바이저 시스템과 이를 이용한 자산관리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기도 했다. 자신들이 개발한 제품의 권리를 받기 위해 특허 등록에 열심이다.

키움증권의 모습을 보며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