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넥슨은 ‘다양성’을 기업의 핵심 기조로 내세우며 게임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넥슨 내부에서 이용자들이 현금 결제 유도 마케팅에 신물을 느끼고 있다고 판단한데서 기인한다. 올해 연이은 저과금‧무과금 게임들은 ‘돈슨’ 낙인을 지우기 위한 일종의 돌파구로 해석된다. 또 작년 김정주 회장의 정경유착 의혹과 '서든어택2' 선정성 논란 등으로 곤욕을 치르며 손상된 기업 이미지를 ‘착한 게임’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옅보인다.
넥슨의 잇따른 ‘착한 행보’에 업계는 "다른 곳도 아니고 넥슨이?"라며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넥슨은 2001년 ‘퀴즈퀴즈’를 통해 부분 유료화 모델을 국내에 최초로 도입했고 새로 출시되는 게임들에 적용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넥슨의 성공을 목격한 국내 게임 기업들도 자사 게임을 부분유료화로 출시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최근 사행성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까지 더해 넥슨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넥슨의 대표작 중 하나인 레이싱게임 ‘카트라이더’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2014년 5월 15일 국민 게임에서 도박 게임으로 변모했다는 평을 들었다. 부분유료화와 확률형 아이템을 앞세워 넥슨은 급격히 성장했다. 2000년 124억원에 불과했던 넥슨의 매출은 작년 1조9358억을 기록했다. 넥슨이 유저들에게 돈슨이라고 불리게 된 이유다.
참신한 신규 프로젝트 몇 개 한다고 해서 돈슨 이미지가 지워지긴 어려워 보인다.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등 현재 넥슨의 주요 캐쉬카우에서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과도한 과금요소를 고치지 않는다면 ‘이미지 세탁’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을 것이다. 게임에 부분유료화를 도입했다고 평가받는 넥슨코리아 신규개발총괄 부사장은 한국 게임 산업의 비극에 대해 "끝이 없는 구조의 온라인게임과 부분유료화"라고 말했다. 일종의 유체이탈 화법처럼 들린다. 알면서 고치지 않는 건 큰 문제다. 할 줄 알면서 안하는 건 더 큰 문제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