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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 을과 병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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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최저임금 인상… 을과 병의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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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정부가 올해 647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도 7530원으로 16.4%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인상 직전인 현재도 편의점 10곳 중 3곳은 아르바이트생에게 최저임금보다 적은 돈을 지급하고 있다. 불법행위를 하는 것이다. “벼룩의 간을 내먹는다”는 비판도 쏟아진다. 하지만 점주들은 “아낄 게 알바생 임금밖에 없다”고 아우성이다.

사실 모든 비판이 점주에게 쏠리는 것은 부당하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본사와의 관계에서 그들도 약자이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편의점을 시작한 점주 A씨(30)의 경우 아르바이트생의 고충과 비애가 시작되는 사회구조를 이해할 수 있다.
가게는 24시간 운영된다. 피곤하다고 문을 닫을 수 없었다. 물건을 나르고, 정리하고, 계산하는 일을 홀로 할 수 없었다. 그는 처음 아르바이트생 4명을 돌아가면서 고용했다. 시급을 최저임금보다 200~300원 적게 줬지만 자신에게 남는 돈은 100만원이 채 안 됐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편의점 업계가 사업을 확대하면서 경쟁적으로 점포를 늘렸기 때문이다. A씨 점포 근방에도 3~4개 정도였던 편의점이 몇 년 사이 10여 개로 늘었다. 경기가 좋지 않아 소비가 늘어난 것이 아니다. 매출은 더 줄었다. A씨가 손을 댈 수 있는 것은 역시 알바생의 시급뿐이었다.
편의점 점주는 월 순수익의 30~70%를 본사에 수수료로 낸다. 여기서 임대료와 인건비, 운영비 등을 지출하게 되는데, 이 부담이 만만치 않다. 반면 본사는 손해 볼 것 없다. 점포 숫자를 늘려 수수료로 이익을 챙긴다. 한 편의점주는 “가맹본사와 건물주, 여러 사이에 껴 있는 편의점은 ‘을 중의 을’이다”라고 토로했다

최저임금의 딜레마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가맹본사-가맹점주-아르바이트생’으로 다단계 구조가 이어지는 한, 임금을 주는 쪽도 받는 쪽도 약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 최저임금 논란은 을과 병의 싸움이 될 뿐이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프랜차이즈 갑질 근절을 위해 나섰다. 실제로 편의점의 경우 가맹본부가 부풀린 수익 정보를 제공한 점 등이 문제가 됐다. 공정위는 전방위로 조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맞춰 편의점 업계도 점주와의 ‘상생’을 강화하려는 듯 보인다.

물밑에서는 여전히 업체 간에 상권 장악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 ‘빅3’는 올해 각각 800~1100개의 신규 출점 목표를 세웠다. 이미 전국의 편의점은 3만개를 돌파해 포화도는 갈수록 심각해지지만, 매출 성장은 둔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허울뿐인 ‘상생’은 의미가 없다. 신규 출점거리 제한, 본사의 가맹수수료, 24시간 운영체제, 지원금 등의 구체적인 제도 변화가 뒤따르지 않는 한 고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편의점업계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그사이 가맹본부의 경쟁력은 탄탄해졌다. 이제 가맹점주와 아르바이트생 모두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편의점업계에 부는 개혁 기조가 진정한 상생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