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인사는 위에서 찍어 내려오는 거라.”
전자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고 후자는 한 공공기관에서 임원을 담당하는 관계자의 말이다. 공공기관장 인사를 앞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여야 4당 대표와의 오찬에서 “공공기관 인사에 있어 낙하산, 보은 인사는 없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약속에도 공공기관 관계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왜일까. 이에 대해 대통령이 자신과 성향이 맞는 인물을 뽑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는 추측이 있을 수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신과 성향이 맞은 인물이 주요 직책을 맡아야 정책을 추진하는 데 훨씬 수월하다.
하지만 반드시 대통령이 원해서 낙하산 인사가 선임되는 건 아니다. 대통령의 바람과는 별개로 공공기관 사장을 임명하는 절차 곳곳에 정부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는 많다.
공공기관 사장 후보자를 추천하고자 꾸려진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할 때부터 공공기관은 임명권자인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임추위는 해당 기관의 이사회에서 결정되는데 이사회의 과반수를 넘는 비상임이사들은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임추위에서 선정한 다수의 후보들을 최종적으로 심의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도 다르지 않다. 현재 공운위는 과반수가 넘는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이 민간위원 역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전부 추천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임명한 인사가 인사 추천부터 평가, 최종 후보자 선정까지 전 과정에 개입하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낙하산 인사는 정권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다.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한 박근혜 전 정권에서도 출범 후 2년간 5명 중 1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이들 중 일부는 임기 만료 전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며 이사회 공백을 초래했다. 낙하산 인사가 떠난 자리에 또 다른 친박 인사가 오기도 했다.
방법은 다양하다. 임추위 위원을 노동계를 포함한 직능단체가 추천하도록 하거나 공운위에 시민단체나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도록 할 수 있다. 후보자 추천에 있어 의사결정의 근거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가 전 정부의 전처를 밟지 않으려면 ‘낙하산 근절’이라는 뻔한 약속보다 제도 정비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