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SK, 롯데 등 주요그룹의 총수들은 최근 경영일선이 아닌 재판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 ‘영건(Young Gun)’으로 분류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에게는 법원을 출입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이 부회장은 이 기간 400여 시간이 넘도록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지난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쳤던 그가 맞이한 첫 번째 고초다. 이로 인해 등기이사 선임을 통해 신(新) 삼성으로 발돋움하려던 그의 계획은 전면중단됐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돼 재판장에서 박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과 함께 피고인석에 앉기도 했다. 신 회장은 두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일주일에 3~4회 법원에 등장한다.
최태원 회장은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에 비해선 조금 상황이 나은 편이다. 그는 ‘피고인’이 아닌 ‘증인’으로 재판장에 등장한다. 앞서 박 전 대통령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그는 오는 27일 열리는 이재용 부회장의 46차 재판에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 등은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재벌’이라고 줄기차게 외친다. 하지만 한국경제를 글로벌 상위권으로 도약시킨 원동력은 총수들의 과감한 도전과 결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공백으로 삼성의 대규모 인수합병이 중단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총수들의 구속 등에 따른 재판장 출석은 해당기업은 물론 한국경제에 분명한 ‘마이너스’다. 이들 총수들이 재판장에서 보낸 시간 만큼 경영시계가 거꾸로 가고 있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