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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유호승 기자] 이재용과 최지성… 유비와 제갈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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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유호승 기자] 이재용과 최지성… 유비와 제갈량

회장 승진 고사한 이재용, 황제 즉위 거절한 유비

산업부 유호승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유호승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호승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의 피고인 신문을 지켜보며 유비와 제갈량의 일화가 떠올랐다.

유비와 제갈량, 삼국지에서 가장 유명한 콤비다. 유비는 삼고초려의 예를 다해 제갈량을 군사로 모셨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다’고 표현했고, 그를 아버지처럼 모셨다.
유비는 한나라 중산정왕 유승의 후예로 알려져 있다. 제갈량은 그가 촉을 얻자 황제로 추대하려 했다. 유비는 “나는 한의 종실이자 신하일 뿐이다. 황제가 계신데 내가 황제가 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다”며 거절했다.

유비는 제갈량의 계속된 제안을 끝까지 고사했다. 하지만 제갈량이 강력하게 추대하자 황제가 아닌 한중왕(韓中王)의 자리에 오른다.
최지성 전 부회장은 지난 2일 이재용 부회장에게 회장직에 오를 것을 강권(强勸)했다고 진술했다.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다소 혼잡한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이 부회장에게 회장 승진을 권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고사했다. 그는 회장 승진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이건희 회장이 살아 계신데 회장직에 오르는 것은 자식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유비가 황제에 즉위하지 않은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 역시 회장이 되지 않았다. 대신 유비가 한중왕에 오른 것처럼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책임경영의 첫발을 떼기 위해 등기이사직에 올랐다.

이 부회장과 최 전 부회장의 피고인 진술은 1800여년 전 유비와 제갈량의 모습에 그대로 오버랩된다.

유비는 조조의 아들 조비가 한나라 헌제를 폐위시키고 스스로 황제로 칭하자 하루 종일 슬퍼했다. 이를 지켜본 제갈량은 유비에게 황제 즉위를 제안했고, 유비는 이를 받아들였다.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역시 유비의 모습과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건희 회장의 유고 이후 이 부회장은 회장직에 오를 것이다. 이 부회장 역시 유비와 비슷한 길을 가게될 것이다.

또한 유비는 조조·손권에 비해 갖은 고초를 겪은 것으로 유명하다. 확실한 기반이 없어 공손찬과 원소 등에게 몸을 의탁했다. 군(軍)의 틀을 완성한 시점도 3인 중 가장 늦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책임경영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자마자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그는 지난 2월17일 구속돼 50차례에 달하는 재판을 받았다. 그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달 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이 유비처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지 재판 결과에 귀추가 집중된다.


유호승 기자 yh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