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마다 휴가객이 몰려 심각한 교통체증이 일고 행락지 혼잡, 바가지 상혼이 기승을 부린다. 재충전하러 휴가 갔다가 열 받아 방전돼 오기 십상이다.
조사결과를 입증하듯 지난달 31일 여름휴가가 시작되자 하늘 길과 고속도로는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인천공항 출국장은 하루 여객 수가 20만4554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고속도로 곳곳이 주차장으로 변했다. 상황이 이런데 휴가지에서의 휴식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자녀가 있다면 휴가 결정 기준은 무조건 자녀의 학업 일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학원가의 방학이 7월 말에서 8월 초로 편중되다 보니 이때가 아니면 휴가를 가지도 못하게 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학원생 부모도 불만이지만 학원 선생도 이때 휴가가 몰려 제대로 쉬지 못해 불만이라고 한다. 학원가가 쉬는 것으로 담합을 했을리는 없고 충분히 교육부가 나서 방학 일정이 분산되도록 개도할 여지는 있어 보인다.
초·중·고교 재량 휴업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것도 방학 분산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학교장 재량으로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끼인 날을 휴일로 지정해 학생들의 휴식 기간을 늘림으로써 가족여행을 장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만 해도 내년부터 휴가 분산을 위해 ‘키즈 위크’ 제도를 도입한다. 내년부터 전국 초∙중등학교의 여름방학 혹은 겨울방학의 5일을 봄이나 가을 학기 중 사용하도록 하되, 지자체별로 사용 시기를 다르게 해 휴가를 분산시키겠다는 의도다. 휴가는 여름에만 떠나는 건 아니다. 연중 균등하게 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기업이 휴가를 가면 하도급 업체들과 주변 상권도 같이 문을 닫고 열어야 한다. 휴가 도미노다. 연가를 다 쓸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쓸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충분히 산업계가 상의해서 조율할 수 있어 보인다. 그 어렵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재계가 휴가 일정을 적절하게 분산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최근 정부가 휴가를 독려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근로자의 휴가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체크바캉스' 추진을 시사했다. 또 기업들도 집중 휴가제와 안식월 도입 등 장기 휴가 등을 적극적으로 장려하는 분위기다. 긍정적이다. 휴식과 재충전이 있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
이제는 휴식의 보장을 넘어 휴식의 질적 관리도 필요하다. 휴가 떠나라고 등을 떠미는 것도 좋지만 잘 갔다 올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길소연 기자 k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