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배모 씨(30)가 왁싱샵을 알게 된 건 인터넷 방송에서였다. 방송에서 피해자가 홀로 가게를 운영한다는 사실을 안 그는 흉기를 들고 왁싱샵을 찾아가 왁싱 시술을 받은 뒤 피해자를 수차례 찔러 죽이고 금품을 탈취해 자리를 떴다. 이 과정에서 성폭행도 시도했다. 경찰조사를 통해 피의자가 무직이고 600만원 상당의 카드빚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일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해당 사건이 ‘여성혐오’에 의한 살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자라서’라는 문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살인사건은 ‘여혐사건’으로 돌변했다.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제 2의 강남역 살인사건’이라 불리기 시작하며 공론화 시위를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는 6일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이 사건을 여혐사건으로 몰아가는 것은 자칫하면 큰 맹점을 만들 수 있다. 피해자는 무참히 살해당했고 피의자는 법적인 절차에 따라 그에 응당한 대가를 치러야한다. 엄정한 법집행은 이와 같은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사건의 본질은 ‘살인’이다. 사건이 ‘여혐’으로 공론화 됐을 때 ‘살인’이라는 본질이 가려져선 안 된다.
4일 한 커뮤니티를 통해 피해자의 유족이라는 이의 글이 올라왔다. 공론화 되는 것이 자신들을 더 무너지게 한다며 제발 시위를 취소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한 누리꾼은 이에 대해 "이번 시위에서 말하고 싶은 건 피해자분의 죽음이 아닌 여성 혐오"라며 "유족 분들 심정도 이해하지만 이번 시위에 개입하실 권리는 없다"고 말했다. 이미 피해자는 가려지고 있다.
사회에 팽배한 여성혐오에 반대한다는 주최 측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본인들이 원하는 이슈의 공론화를 위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2차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 사건은 ‘살인사건’이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