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은 지난 10일 공시를 통해 “지난 7월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인가와 관련해 대주주의 재판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인해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금융당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의문이 있다. 과연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증권의 대주주냐는 것이다. 좁게 보면 아니고 넓게 보면 맞는 애매모한 위치다.
넓게 보면 이와 좀 다르다. 삼성생명의 지분 17.34% 보유한 삼성물산의 경우 대주주는 이재용 부회장 17.23%이다. 좁게 보면 대주주는 삼성생명, 넓게 보면 이재용 부회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당국이 이 같은 아리송한 잣대를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것이다. 이제껏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대주주의 위를 또 그 위를 쫓아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리스크를 운운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
발행어음을 인가하더라도 큰일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삼성증권의 경우 리스크가 큰 IB보다 안정적인 브로커리지나 자산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등 보수적 전략을 취하고 있다. 초대형IB 가운데 순이익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성장보다 안정을 택한 까닭이다. 발행어음도 리스크가 덜한 기업대출 쪽으로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논란을 보면 차라리 신청당시 탈락사유로 꼽혔던 대주주의 기관경고사유로 보류시켰으면 좋을 뻔했다. 삼성생명은 지난 3월 당국으로부터 자살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기관경고와 함께 대표이사(CEO)의 주의적 경고 및 주의조치를 받았다. 기관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금융기관은 다른 금융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는 등 제재규정은 비교적 명확하다.
한편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의 불공정성논란에 대해 각종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하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에서 당국이 삼성증권의 발행어음인가 보류로 과거를 지우려고 하는 게 아닌지 그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하다.
최성해 기자 bada@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