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천진영 기자] 농림축산식품부의 신뢰도가 바닥을 쳤다. 지난해 AI(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여파로 시작된 닭고기 안전성 논란부터 브라질산 부패 닭고기, 이번 살충제 달걀 논란까지 늑장 대응과 허술한 방역대책으로 일관한 데 따른 것이다.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력으로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문재인 정부마저도 축산당국의 안일한 태도를 바로 잡지 못했다.
어느 하나 제대로 대처한 게 없다. 전수조사 결과를 수차례 번복하는가 하면 일부 누락된 살충제 성분에 대한 보완 검사도 진행했다. 국내 사용 금지된 맹독성 농약 성분 검출 시에도 기준치 이하로 검출됐다는 명분으로 시중 유통을 허용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정한 안전기준 이내라는 게 이유다.
21일 식약처는 이번 살충제 달걀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 건강상 위해를 미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상위 97.5%인 달걀을 많이 먹는 극단섭취자가 최대치로 검출된 달걀을 섭취했다는 최악의 조건을 내걸었다. 안심시키기 위해서라기보다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대처로 보인다.
감히 국민 안전을 두고 보건당국이 국민과의 협상을 시도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겨야할 두 부처에서 말이다. 결국 정부의 탁상공론이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만 키웠다. 거듭되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책에 국민들은 더 이상 실망할 여력조차 남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다를 줄 알았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때부터 ‘농정 행정의 적임자’로 환영받았다. 김 장관은 전남 완도 출신으로 완도군수와 행정자치부 홍보관리관, 전라남도 행정부지사를 지냈다. 누구보다 농업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온 인물이다.
하지만 농업계의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 국민들의 실망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간 우리나라는 식품위생수준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실수를 번복하는 사태가 벌어져 유감이다. 참혹한 결과를 교훈 삼아 이제는 불신만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