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월스트리트저널·AP통신 등 대부분의 외신들은 “오너 3세가 이끄는 삼성그룹이 ‘새로운 시대’를 맞았다”며 이건희 회장의 뒤를 이을 이 부회장이 삼성에 어떤 변화를 줄지 주목했었다. 이 부회장이 명실공히 삼성그룹의 수장이 됐다며 “새로운 삼성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입을 모았다.
삼성이 난관에 봉착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에 재계는 ‘적절한 타이밍을 잘 노렸다’고 평가했고 시장에서도 “위기 상황을 직접 해결하려는 ‘책임경영’, 피하지 않고 한 발 앞으로 나선 ‘정면돌파’가 귀감이 된다”며 칭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돼 법적 지위를 얻게 되는 만큼 이사회에 참석해 신속하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돼 삼성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도 잇따랐다.
하지만 이 지배구조 개편이 이 부회장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25일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받았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이들에게 경영권 승계·지배구조 개편을 도와달라고 부정한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 433억여원의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가 삼성의 전자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리더십 공백’을 우려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실질적 수장에 오른 후 그룹을 효과적으로 지휘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리더십 부재’가 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삼성을 갤노트7 실패의 늪에서 구출했지만 이 부회장에게 지금 남은 것은 ‘권한만 행사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는 꼬리표에서 ‘부패 혐의로 구속된 후계자’라는 오명뿐이다.
삼성이 지난 23일 ‘갤럭시노트8’ 전세계에 공개하자 주요 외신들은 지난해 배터리 발화 사고를 만회하기에 충분하다며 호평을 쏟아냈다.
상법상 경영책임을 지게 되는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책임 경영’에 나선 이 부회장. 지금 그에게 투명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뉴 삼성’을 구축할 기회를 줘야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은 이유다.
이동화 기자 dhle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