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하루 거래대금이 가상화폐에까지 밀렸다. 한국판 나스닥은 고사하고 영원한 2부 리그로 남을 모양새다.
코스닥이 출범한 것은 지난 1996년 7월이다. 올해로 21년째다. 당시 증권업협회에서 미국의 나스닥을 벤치마킹해서 만든 시장이다. 코스닥은 본래 나스닥처럼 장외거래시장에서 출발했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역사는 1987년까지 올라간다. 나스닥이 1971년 설립됐으니 고작 십몇년(16년)의 차이만 날 뿐이다.
코스닥에 있다가 코스피로 옮겨간 기업은 많다. LG U+, NHN(NAVER), 마니커, 아시아나항공, 에이블씨엔씨, 엔씨소프트, 코스맥스, 키움증권, 하나투어, 한국콜마, 한세예스24홀딩스, 현대중공업, 한국토지신탁, 동서, 카카오 등 당장 떠오르는 기업만도 한 가득이다. 최근에는 셀트리온마저도 이사를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이 코스닥을 떠나기만 하는 이유는 한 두가지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것이 신뢰도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접수한 불공정거래 사건 208건 가운데 코스닥에서 발생한 것이 130건에 달한다. 같은 기간 코스피(68건)나 파생상품 등(10건)에서 발생한 것과 비교하면 숫자는 배 이상 차이난다.
또 기관이나 외국인은 관심 없고 개미만 노는 곳이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지난해 개설 20년을 맞은 코스닥은 시가총액이 206조원으로 출범 당시와 비교해 몸집이 28배 늘었지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300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시장 전체의 규모가 기업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니 당연히 코스닥보다는 코스피에 관심을 더 가진다는 논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것들도 이유는 맞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하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코스닥이 나스닥을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크게 성공해서 꿈과 희망이 넘치는 신기술 기업이 몇 가지나 생각나느냐”고 물었다. 기자는 답변하지 못했다.
국내 증시 격언에 ‘코스피는 실적을 먹고, 코스닥은 꿈을 먹고 산다’는 말이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소기업부를 중소벤처기업부로 만드는 등 중소·벤처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제이노믹스가 정체성도, 신뢰도, 수급도, 꿈도 희망도 잃어버린 코스닥에 빛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