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앞다퉈 무료를 남발하고 있는 증권가가 앞으로 고객을 위해 얼마나 질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벤트 시작일인 8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2주간 개설된 신규 계좌는 총 1만2589건이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59건이 개설됐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벤트 진행 전 하루 평균 계좌 개설 건수는 130건이었다. 특정 기간이 아니라 평생 무료를 선언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증권가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새롭게 등장한 풍경은 아니다. 증권가가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스템, 계좌 관리비 등 기본적인 요금까지 받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 적자를 각오한 마케팅이다.
게다가 깊은 고민과 장기적인 계획 없이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염려스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수수료 무료를 할 생각은 없다”며 “받을 것은 받고 대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이 관계자의 증권사도 수수료 무료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증권사들이 무료를 남발하며 끌어모은 고객에게 앞으로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할지 궁금할 뿐이다.
기존 고객 대상 서비스는 찾을 길이 없다. 소외된 상태다. 무료 경쟁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어떤 투자자가 한 증권사와 오래 거래하려 할까.
가끔은 옛것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해 지금 있는 고객을 놓치는 우를 범하질 않기만 바랄 뿐이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