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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생 무료 수수료, 씁쓸함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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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평생 무료 수수료, 씁쓸함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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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유병철 기자] 증권가가 또 다시 ‘무료’경쟁에 빠졌다.

분명 고객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앞다퉈 무료를 남발하고 있는 증권가가 앞으로 고객을 위해 얼마나 질 높은 서비스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NH투자증권은 11일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진행하는 ‘주식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덕분이다. 이 이벤트는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증권 나무(NAMUH)의 계좌를 개설한 신규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이벤트 시작일인 8월 28일부터 9월 10일까지 2주간 개설된 신규 계좌는 총 1만2589건이다. 영업일 기준으로 하루 평균 1259건이 개설됐다. 이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벤트 진행 전 하루 평균 계좌 개설 건수는 130건이었다. 특정 기간이 아니라 평생 무료를 선언한 것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갑작스레 치고 올라온 NH투자증권의 한 수에 타 증권사들도 대응하기에 바쁘다. NH처럼 평생 무료를 선언한 증권사는 없지만 현재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가 모두 무료 수수료 대전에 뛰어든 상태다. 신한금융투자가 13년 무료로 NH투자증권 다음으로 길다. 이어 KB증권(10년), 미래에셋대우(8년), 한국투자증권(5년), 삼성증권(3년), 대신증권(3년) 등 주요 증권사 대부분이 무료수수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증권가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새롭게 등장한 풍경은 아니다. 증권가가 고객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스템, 계좌 관리비 등 기본적인 요금까지 받지 않겠다는 것은 분명 적자를 각오한 마케팅이다.

게다가 깊은 고민과 장기적인 계획 없이 무리하게 뛰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점도 염려스럽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수수료 무료를 할 생각은 없다”며 “받을 것은 받고 대신 제대로 된 서비스를 한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이 관계자의 증권사도 수수료 무료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객을 위한 이벤트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증권사들이 무료를 남발하며 끌어모은 고객에게 앞으로 얼마나 좋은 서비스를 꾸준히 제공할지 궁금할 뿐이다.

기존 고객 대상 서비스는 찾을 길이 없다. 소외된 상태다. 무료 경쟁이 조금만 더 지속된다면 어떤 투자자가 한 증권사와 오래 거래하려 할까.

가끔은 옛것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새로운 고객 유치를 위해 지금 있는 고객을 놓치는 우를 범하질 않기만 바랄 뿐이다.


유병철 기자 ybstee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