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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희망고문' 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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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공공기관 일자리 창출, '희망고문' 되지 않으려면

오소영 산업부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오소영 산업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공공기관이 새 정부의 일자리 정책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국토부와 교육부는 신규 채용의 30%를 시·도 지역인재에서 뽑도록 하는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를 어제 국무회의에 보고했다. 공공기관은 당장 내년에 18%를 지역인재로 채용해야 하며, 이 비율은 매년 3%씩 증가한다.

46개 공공기관 합동 채용 또한 이달 30일부터 매주 토요일 진행된다. 중복 지원자를 거르고 경쟁률을 낮춰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게 이번 합동 채용을 실시하는 이유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원을 늘려서까지 채용 인원을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강력한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기대보다 씁쓸한 마음이 큰 건 왜일까. 강원랜드는 518명의 신입사원 중 중 95%가 불법 청탁으로 뽑혔다. 가스안전공사는 채용인원 1배수 내에 들지 않은 13명을 최종 합격시켰다.

한국석유공사는 김정래 사장의 전 직장 후배와 고교·대학후배를 비공개 채용했고, 대한석탄공사는 최하위권이던 권혁수 전 석탄공사 사장의 조카를 합격시켰다. 공공기관의 잇따른 채용 비리에 하반기 채용에서는 낙하산 합격자가 또 없을지, 이로 인해 낙담할 흙수저들과 청춘들은 어찌 달래야 할지, 벌써 걱정이 크다.
채용 비리가 적발된 후 공공기관과 정부의 대응은 더욱 터무니 없었다. 강원랜드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공식적인 사과에 그쳤다. 산업부는 채용 비위가 적발된 산하 공공기관장을 상대로 사퇴를 주문했다. 이에 석탄공사와 석유공사 사장은 버티기에 들어갔다. 박기동 가스안전공사 사장을 비롯해 일부 공공기관장은 사퇴했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사과를 하고 수장이 사퇴를 한다고 한들, 채용 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채용 비리는 공공기관장 혼자 저지른 단독 범행이 아니다. 공공기관장의 채용 지시를 그대로 따른 내부 직원, 감사 기능을 상실한 감사실, 인사를 청탁한 정치인. 모두가 ‘공범’이다. 실제 경영을 감시해야 할 권용수 강원랜드 감사위원장(사외이사)은 최다 청탁자였다. 가스안전공사의 채용 비리에도 박기동 사장 외에 인사부장과 차장이 개입해 면접점수를 조작했다.

정부 또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립품처럼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낙하산 사장은 정권의 실세인 정치인들의 채용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낙하산 사장이 또 다른 낙하산 채용을 주도하는 셈이다.

공공기관장을 겨눈 검찰 수사와 처벌, 면책만으로 채용 비리는 근절되지 않는다. 사장과 경영진, 감사실. 그리고 정치인. 이 끈끈한 ‘특권동맹’이야말로 공공기관 비리 채용의 주범이다. 우두머리 뒤에 숨은 수많은 공범자들, 그리고 공범자를 만드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구호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