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개 공공기관 합동 채용 또한 이달 30일부터 매주 토요일 진행된다. 중복 지원자를 거르고 경쟁률을 낮춰 취업률을 높이겠다는 게 이번 합동 채용을 실시하는 이유다. 일부 공공기관들은 정원을 늘려서까지 채용 인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김정래 사장의 전 직장 후배와 고교·대학후배를 비공개 채용했고, 대한석탄공사는 최하위권이던 권혁수 전 석탄공사 사장의 조카를 합격시켰다. 공공기관의 잇따른 채용 비리에 하반기 채용에서는 낙하산 합격자가 또 없을지, 이로 인해 낙담할 흙수저들과 청춘들은 어찌 달래야 할지, 벌써 걱정이 크다.
하지만 공공기관에서 사과를 하고 수장이 사퇴를 한다고 한들, 채용 비리는 사라지지 않는다. 채용 비리는 공공기관장 혼자 저지른 단독 범행이 아니다. 공공기관장의 채용 지시를 그대로 따른 내부 직원, 감사 기능을 상실한 감사실, 인사를 청탁한 정치인. 모두가 ‘공범’이다. 실제 경영을 감시해야 할 권용수 강원랜드 감사위원장(사외이사)은 최다 청탁자였다. 가스안전공사의 채용 비리에도 박기동 사장 외에 인사부장과 차장이 개입해 면접점수를 조작했다.
정부 또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립품처럼 낙하산 사장이 내려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낙하산 사장은 정권의 실세인 정치인들의 채용 부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낙하산 사장이 또 다른 낙하산 채용을 주도하는 셈이다.
공공기관장을 겨눈 검찰 수사와 처벌, 면책만으로 채용 비리는 근절되지 않는다. 사장과 경영진, 감사실. 그리고 정치인. 이 끈끈한 ‘특권동맹’이야말로 공공기관 비리 채용의 주범이다. 우두머리 뒤에 숨은 수많은 공범자들, 그리고 공범자를 만드는 구조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정부의 일자리 창출 구호는 ‘희망고문’에 불과하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