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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서희가 페미니스트 선언으로 얻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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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서희가 페미니스트 선언으로 얻은 것

백승재 온라인뉴스부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백승재 온라인뉴스부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페미니스트인 걸 당당히 밝히는 여자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한서희가 얼마 전 SNS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의 데뷔 계획과 함께 남긴 말이다. 한서희의 말은 환호와 질타를 함께 받았다. 어떤 이들은 그가 용기 있는 여성이라고 칭찬했고, 어떤 이들은 한서희가 자신의 마케팅을 위해 페미니즘을 팔고 있다고 질타했다.

며칠 간 한서희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리며 확실히 자신을 알렸다. 페미니스트 역시 화제가 됐다. 어떤 여성들은 “덕분에 용기가 생겼다”며 자신이 페미니스트인 것을 주위에 알렸다고 말했다.

한서희는 얼마 전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서희가 주목받은 건 페미니스트 선언 때문이 아니라 마약 관련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자신의 데뷔 소식을 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서희가 페미니스트 선언을 한 순간 그의 마약 사건은 논란에서 사라져갔다. 오히려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서 한서희의 데뷔를 지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됐다. 페미니스트 선언으로 마약 사건이 지워지고 있다.

얼마 전 강남 모 처에서 홀로 왁싱 가게를 운영하던 여성이 인터넷 방송에 출연했다가 범죄의 표적이 돼 강도 살인을 당한 일이 있었다. 여성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를 ‘여혐’으로 규정하고 반대 시위까지 벌였다. 살인 사건의 본질은 ‘여혐’에 가려졌다. 지금 상황과 비슷하다.

한서희의 페미니스트 선언이 누군가에게 용기를 줬다면, 페미니스트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을 바꿨다면 칭찬할 일이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공인으로 나서겠다며 한 페미니스트 선언이 과연 칭찬받을 일인지 의문이다. 오히려 페미니스트에 대한 인식을 나쁘게 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한서희는 페미니스트 선언으로 자신의 데뷔를 확실히 알리고 지지자들까지 얻었다. 목적이 마케팅이었든 아니든 한서희는 이득을 본 셈이다.

일각에서는 “남자 연예인들은 범죄 저지르고 복귀하는데 여자 연예인 데뷔는 안 되냐”는 주장도 나왔다. 남자 연예인이든, 여자 연예인이든 범죄를 저지르고 복귀하는 게 정상은 아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질타받았던 것처럼 한서희가 ‘페미니스트’ 한 마디로 데뷔지지를 받는 건 맞는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