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 KEB하나은행이 직원들에게 고가의 줄기세포 화장품을 ‘반강매’한 사건을 보며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 씨의 측근인 김영재 원장 부인 회사의 줄기세포 화장품을 떠올리는 건 ‘오버’일까.
이야기는 지난해부터 시작된다. 2016년 4월 어느날, 하나은행 전직원 앞으로 고가의 줄기세포 화장품 하나가 배송됐다. GD-11 제품으로 기존 소비자가는 68만원이다.
직원들은 의아해했다. 사기진작 차원에서 선물을 준 건 고마운데, 왜 많은 선물 중 굳이 화장품이냐는 거다. “아내에게 가져다주니 모르는 화장품인데 이걸 어떻게 쓰냐며 욕만 먹었다”는 직원도 있었다. 화장품 반납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문제는 그해 12월 말 직원들이 선물받은 화장품이 소득으로 환산돼 근로소득 과세표준금액 20만9000원이 부과된 것이다. 황당의 연속이다. 결국 직원들은 화장품을 반강제 구매하게 된 셈이다.
이는 언론들이 본격적으로 다루기 전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가 지난 10월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다시 떠올랐다. 함 행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IT 통합 과정에서 직원들이 밤낮없이 고생해 격려 물품으로 선식과 홍삼을 사면서 여직원이 많아 화장품을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나은행은 당시 화장품을 구입하기 위해 41억8000만원의 예산을 수의계약으로 집행했다. 하나은행 계약법상 계약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GD-11과 최순실 사이 연결고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여전히 물음표는 남는다. 최순실과 관련된 화장품이 아니라면 왜 하필 많은 화장품 브랜드 중 GD-11인가. 왜 하필 줄기세포 화장품인가. 왜 나는 물음표를 느낌표로 만들지 못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