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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화케미칼과 도레이케미칼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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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한화케미칼과 도레이케미칼의 공통점

산업부 오소영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오소영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오소영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공세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합성고무에 최대 44%의 반덤핑관세 판정을 내렸다. 중국 상무부는 한국산 메틸이소부틸케톤(MIBK)에 최대 29.9%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로 예비판정했다.

이 가운데 무역 공세를 피하거나 최종 판정에서 반덤핑관세가 낮아진 기업이 있다. 한화케미칼과 도레이케미칼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화케미칼은 지난 11월 중국이 발표한 폴리실리콘에 대한 반덤핑관세 최종 판정에서 기존 관세율이 12.3%에서 8.9%로 조정됐다. 도레이케미칼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발표한 미세 데니어 폴리에스테르 단섬유 반덤핑 조사에서 0%의 관세를 받았다.

비결은 뭘까? 우선 버렸다. 두 기업이 버린 건 자유무역 원칙이다. 전 세계는 자유무역을 존중하며 이를 어기는 국가에는 제재를 가한다는 원칙. 물론 맞는 말이지만 두 나라에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못 된다. 애초에 자유무역을 중시했다면 양국이 오늘날 보호무역의 선봉자가 되진 않았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챙겼다. 두 기업은 자유무역 원칙을 버리는 대신 실리를 챙겼다. 그간 그 나라의 경제 성장에 얼마나 보탬이 되었는지, 이번 관세 부과가 자국 경제에 어떤 위험이 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는 이야기다.

한화케미칼은 2010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 점, 중국 현지에서 공장을 가동해 중국 태양광 시장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했다. 도레이케미칼은 일본 도레이가 미국 공장을 증설하는 등 현지 투자에 적극적인 것을 어필했다.

양 기업의 전략은 미국과 중국에 모두 통했다. 그 이유는 두 나라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인 알렉산더 해밀턴은 1791년 의회에 제출한 ‘제조업에 관한 보고서’를 통해 보호무역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했다. 미국의 18대 대통령 율리시스 그랜트는 “200년 정도 보호무역을 펼쳐 이점을 모두 챙긴 뒤 자유무역을 실시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은 어떤가. 불과 10년 전만 해도 중국의 공산품 관세는 30%를 넘겼다. 외국인에게는 금융 자산을 보유하는 것 또한 제한됐다.

두 나라 모두 보호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성장이 둔화된 이 시점에 양국이 다시 보호무역을 외치는 건 재도약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한화케미칼과 도레이케미칼이 간파한 지점도 이 부분이다. 자유무역을 고집하던 나라가 왜 보호무역으로 돌아섰는지를 비난할 게 아니다. 그 나라에 어떤 도움을 줬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때론 ‘당근’이 ‘채찍’이 될 수 있다.


오소영 기자 osy@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