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내년 하반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추진한다. 큰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자가 고객의 돈을 관리해준다는 데서 유래한 스튜어드십. 이름은 멋지고 그럴 듯하다. 문제는 도입한 다음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을 시행하면, 자본시장에는 공룡 한 마리가 들어서는 셈이다. 목줄이 없는 공룡.
최근 금융위원회가 이 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공적 연기금들이 이사회에 사외이사를 추천하거나 상장사에 배당 확대를 요구해도 경영 참여로 보지 않겠다는 쪽으로 조항을 완화한다고 한다. 주요 대기업 지분의 평균 9% 정도를 갖고 있는 ‘공룡’ 국민연금이, 기업의 지배구조에 앞장서도 괜찮다는 것인가. 독립성 없는 기관투자자가, 기업 경영에 개입해도 된다면 그것이 바로 관치경영 아닌가.
2010년 영국에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미국, 캐나다, 일본등 20여 개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으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실제로 기업가치를 개선했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스튜어드십이란 어디까지나 기금관리 책임자들이 대리인으로서, 수탁자의 뜻을 받들어, 안정성과 수익성을 달성하라는 일종의 윤리규정이다. 국민연금이 기업의 대주주가 되어, 기업경영에 간섭하라는 게 그 취지는 아닐 것이다.
누구를 위한 스튜어드인가. 금융당국에 묻고 싶다.
석지헌 기자 cake@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