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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철학’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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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칼럼] 천년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제품철학’이 있어야 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이미지 확대보기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
“천 년을 이어갈 제품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을까.” 쉽지 않겠지만 그 단초를 몇몇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인간의 기본 욕구에 충실한 업종이다. 의식주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이들 중에 음식에 대한 취향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점 중에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에도 역사 깊은 음식점이 많이 있지만, 일본만큼 역사가 깊지는 않다. 일본의 메밀국수집인 ‘오와리야(尾張屋)’는 543년이란 역사를 자랑한다. 오와리야는 지금도 일왕가 사람들이 교토에 내려올 때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한국 여행객도 많이 방문하는 관광명소이다. 이곳은 전통적인 맛 유지는 물론 비주얼도 한몫한다. 가게의 영업방침은 ‘박리다매(薄利多賣)’이다. 대표적인 음식은 가케소바(630엔), 기쓰네소바(683엔), 니신소바(청어메밀국수, 1050엔) 등이며 밥 종류도 파는데, 그리 비싸지 않다.

두 번째는 예술성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다. 1939년에 설립한 파텍필립은 세계 최고 명품시계를 만드는 179년 된 가족경영회사이다. 파텍필립 시계는 수 천만원에서 수억원대 이상을 호가하기 때문에 일반인들로는 접하기 힘들지만, 얇게 만드는 기술과 디자인의 예술성 때문에 누구나 갖고 싶어한다. 그 디자인만 보면 파텍필립스 시계인지 알아볼 수 있다. 롤렉스 시계 역시 마찬가지다. 독특한 베젤 디자인 때문에 누가 봐도 롤렉스시계임을 알 수 있다. 이들 제품의 공통점은 디자인에 철학과 예술성이 담겨있다는 점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말처럼 제품에 예술성이 담겨있는 기업에서 천년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런 파텍필립이나 롤렉스 역시 전자시계가 나왔을 때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들만의 고유한 ‘제품철학’ 홍보로 이를 극복했다.
세 번째는 꿈을 파는 기업이다. ‘할리데이비슨’이 그런 예다. 할리에서 나온 오토바이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내구성이 뛰어나지도 않고, 코너링도 좋지 않다. 더구나 소음도 많다. 하지만 ‘모든 남자들의 로망’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1903년에 설립된 할리는 115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처럼 감성을 장악한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 천년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할리’도 일본에서 싸고 성능 좋은 오토바이가 나왔을 때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기본으로 돌아가 이들만의 ‘제품철학’으로 난관을 극복했다.

네 번째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는 기업이다. 애플이 만든 아이폰은 세상을 바꿨다. 애플이 상품을 출시한다고 하면 며칠 동안 잠을 설쳐가며 대기하는 충성고객들을 많이 갖고 있다. 아이폰 역시 제품의 혁신성 외에 디자인의 예술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업에서 천년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제품주기가 짧을 경우, 혁신성이 계속 유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혁신성 없는 예술성 만으로 천년 기업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이처럼 천년을 이어갈 기업의 제품에는 예술성과 혼이 담겨있어야 한다. 근본에 충실해야 하며 감성적인 공감을 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한다. 이를 다른 말로 ‘제품철학’이라고 하겠다. 근본에 충실한 기업으로는 일본의 메밀국수집 오와리야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람이 아무리 바뀌더라도 음식에 대한 취향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해외 여행을 갔을 때 그곳 음식보다는 고향의 음식을 더 그리워한다. 퓨전 음식을 먹고 자란 젊은 세대들도 해외에 가면 한국음식이 그리워지는 것은 근본이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천년 기업 제품도 이처럼 인간의 근본을 생각하는 기업이어야 할 것이다. 인문학이 기업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다음으로 천년기업 제품철학에는 예술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명화는 아무리 시대가 흘러도 그 가치가 하락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만든 제품에도 예술성이 덧붙여진다면 파텍필립과 같은 회사가 될 것이다. 파텍필립은 시계가 아니라 예술품이라고 선전한다. “당신은 파텍을 소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그저 간직해 두고 있는 것 뿐입니다”라는 파텍의 카피 문구가 예술성과 스토리를 잘 말해준다.

제품 주기가 짧은 경우도 제품철학과 스토리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애플에서 단독 주택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일까”라고 질문하면 사람들은 대부분 그 집 모습을 상상한다. 아마도 애플에서 집을 짓는다면 색깔은 흰색 계통일 것이고, 심플하면서도 대칭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으며, 편리한 집을 상상할 수 있다. 애플에서 이런 ‘제품철학’을 잃어버리게 되는 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천년기업을 유지한다고 해서 반드시 회사가 커야 할 필요는 없다. 작지만 강한 회사가 오히려 천년기업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장이 천년기업을 만들겠다는 비전으로 스토리가 있는 제품 철학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밑바탕에는 ‘인간존중’ 철학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질문으로 “우리 회사는 스토리가 있는 ‘제품철학’을 가지고 있는가” “우리 회사는 시대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대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상사와 소통은 성공의 열쇠'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