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천진영 기자] 금융당국이 최저임금 인상안에 따른 지원 대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카드를 꺼냈다. 오는 7월 부터 카드수수료 원가 중 하나인 밴(VAN) 수수료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기로 했다. 정부는 소액결제일수록 낮은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개선,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 소액결제 업종 약 10만개 가맹점이 평균 0.3% 포인트(약 200만∼300만원)의 수수료 인하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수수료 부담 완화를 통해 소상공인의 마음을 달랬으나 카드업계의 현실은 다소 외면했다는 인상이다. 당국은 카드사는 소비자와 가맹점의 거래를 중계하는 만큼 가맹점의 경영 여건 개선 없이는 업계의 성장이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워 수수료를 인하했다. 카드수수료 인하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카드 업계의 일방적인 양보를 강조한 셈이다.
형평성 논란도 피할 수 없다. 편의점 등과 달리 평균 결제액이 높은 대형마트의 경우 가맹 해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직원들의 최저임금을 인상했다.
이 같은 문제는 소상공인 내에서도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제금액이 5만원 이상인 업종의 경우 카드수수료가 오히려 증가하기 때문이다. 미용실이나 카센터, 학원 등 업종은 소상공인일지라도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 정부 정책으로 소상공인 내에서도 디 커플링(decoupling) 조짐도 나온다.
금융위는 상반기 카드사 원가 재산정을 통해 우대 수수료율 조정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개편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3년 주기로 돌아오는 가맹점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을 앞두고 수익성 악화에 대한 고민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실제 지난 2회 모두 적격 산정 때마다 수수료는 잇따라 인하됐다.
‘소득주도 성장’ 관련 정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 속도조절과 현장의 목소리가 고루 담겼는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