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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지명 기자] ‘유커장성’에 갇힌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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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한지명 기자] ‘유커장성’에 갇힌 유통업계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생활경제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춘제 특수요? 기대도 안 하고 있어요. 유커보다 싼커마케팅에 한참인걸요. 오뉴월은 돼야 유커가 돌아올 것 같아요.”

지난해 11월. 국내 관광‧유통업계는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조만간 중국인 단체여행객(유커)이 다시 한국을 찾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업계에선 항공노선 확보와 패키지 구성 등에 시간이 걸려 중국 당국이 한국 방문 단체관광을 승인하기 시작하더라도 두세 달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거기에 해빙 속도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평창동계올림픽 마케팅 등이 집중 펼쳐질 경우 유커의 귀환 일정은 더 앞당겨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여전히 관련 업계는 혼란스럽다. 예상과 달리 중국이 한국행 단체관광을 재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이를 재중단했다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2월15~21일)’ 특수를 기다렸던 유통업계도 유커 대상 프로모션을 지난해와 비슷하게 유지하거나 축소했다. 그나마 소소하게 진행하는 이벤트도 대부분 중국 ‘개별 여행객(싼커)’를 타깃으로 잡았다.

일각에서는 오는 봄이 한국행 단체 관광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행업계의 성수기인 만큼 본격적인 회복세가 이 시점부터 나타나지 않겠냐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기대뿐이다. 한국행 단체 관광 상품 예약이 증가하고 있다는 수치나 눈에 보이는 변화 없이 예상만 난무한 상황이라 희망적인 예측조차 조심스럽다는 설명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전히 크루즈(대형 여객선)나 전세기 이용이 풀리지 않고, 한국 단체관광 허용이 일부 지역에 한정된 상황”이라며 “평창 동계 올림픽을 전후해 중국에서 해빙 신호가 있기만 바라는 마음이다”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이러한 ‘유커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단체관광을 통제할 수 있는 사회주의 국가다. 앞으로 이러한 정치적 보복이 없을 거라는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유커가 다시 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유통업계는 유커 잡기에 열중했다. 영업규제와 내국인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유커 외에 대안이 없는 국내 유통업계의 사정이 딱한 이유다.

유커가 돌아오기 전 돌아보아야 할 점이 있다. 지난 사드 사태에도 내수시장을 그나마 버티게 해 준 것은 내국인 소비자였다.

실제로 국내 백화점 3사는 지난해 11월 이후 전개한 세일 행사와 ‘롱패딩 열풍’ 등에 힘입어 한 달간 매출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부산·제주 등 주요 관광지도 유커의 빈자리에 내국인 관광객 유입이 상승했다.

내국인의 중요성을 잊는다면, 언젠가 또다시 올 수도 있는 위기에는 소비자들조차 업계를 외면할 수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엔 때는 너무 늦었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