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콘서트를 준비하면서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꽃이 민들레였다. 수많은 꽃 중에 왜 민들레였을까. 그것은 무의식중에 부박한 나의 삶이 민들레와 닮아 있다는 동질감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을 제외하면 봄부터 가을까지 문밖만 나서면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꽃이 민들레다. 너무 흔해서 쉽게 눈에 띄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 꽃이 민들레꽃이다. 민들레는 특별할 것도, 특별하지도 않은 우리네 삶과 여러 모로 닮아서 예로부터 민초들의 삶을 대변하는 꽃으로 인식되어 온 꽃이다.
그 아홉 가지 덕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민들레의 강한 생명력이나 우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약초나 나물로써의 효용성에 주목하여 의미를 부여한 것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그 많은 덕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어디에서나 뿌리를 내리고 너끈히 한 세상 이루는 용덕(勇德)을 꼽는다. 민들레는 어떤 환경에도 굴하지 않고 억척스럽게 꽃을 피운다. 들판이나 길가 등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심지어는 시멘트 틈 사이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우는 끈질긴 생명력은 단연 으뜸이라 할 만하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우리는 새로운 노마드의 시대를 살고 있다. 평생직장도 이미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고 어느 한 곳에 안주하기에는 너무 빠르게 사회환경이 바뀌고 있다. 어물어물하다가는 주인은커녕 변방으로 밀려나기 십상이다. 일찍이 당나라의 선승 임제 선사는 ‘가는 곳마다 주인이 되라’는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삶을 살라 설법했다. 이르는 곳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오늘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민들레의 삶을 본받아야 한다. 바람에 날리다가 어느 곳이든 일단 땅에 내렸다 하면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워 한 세상을 이루는 민들레야말로 수처작주의 삶이라 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은 길 가에 아무렇게나 피어나는 민들레를 하찮은 꽃으로 여긴다. 마소의 발굽에 짓밟히기도 하고, 사람들은 잡초로 취급하여 함부로 캐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민들레는 사람들이 뭐라 하든 꿋꿋이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 민들레뿐만 아니라 모든 식물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이 뿌리 내린 곳이면 그 곳이 들판이든, 아스팔트 틈새이든 불평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꽃을 피운다. 민들레에겐 흙수저나 금수저의 구분이 없다. 다만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떻게 주인이 되어 꽃을 피울 것인가에만 집중한다. 인간의 행, 불행은 조건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 가시밭길을 걸어도 꽃을 보고 걸으면 꽃길이 된다. 행복한 생각을 많이 하면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어느 곳에서나 한 세상이 이루는 민들레처럼 수처작주의 삶을 살면 누구나 인생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