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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맙다, 듀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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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맙다, 듀랑고

산업부 신진섭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산업부 신진섭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신진섭 기자] 기자가 만나본 한국의 게임인들은 적잖이 서글퍼했다. 유저들은 과금만 강요하는 천편일률적 RPG게임에 실망했다. ‘믿고 거르는 한국 게임’이란 말은 비단 유저들에게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개발자들은 자신이 만든 게임을 기피했다. 코딩은 내가 했을지언정 내가 바라던 게임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때때로 홍보 직원들도 ‘이 게임은 솔직히 엉망’이라고 오프더레코드로 얘기했다.

게임이란 즐거움을 의미하지만 수년간 그 누구도 즐겁지 않은 게임들이 대한민국에 많이 나왔다. 오직 매출을 위해 반짝 탄생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많은 게임들이 사라졌다. 그들은 대부분 ‘대작’, ‘신개념’, ‘화려한 그래픽’ 등 수식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었으나 정작 본질인 재미는 없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야생의 땅:듀랑고’에 기대를 걸었다. 이은석PD란 이름 값, 6년의 개발기간이 의미하는 바는 컸다. “매출을 신경 쓰지 않는다”, “10년을 가는 게임”이라는 관계자의 말은 기자간담회 장을 오랫동안 맴돌았다. 오랜만에 상품이 아닌 한국 게임을 만나 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듀랑고는 흔히 말하는 평단과 유저를 둘 다 만족시키는 게임이다. 1월 신규 게임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랜덤박스’, ‘PAY2WIN’ 과금 구조를 탈피한 게임이 보인 수치다. 혹평은 찾아보기 힘들다. 참신했는데 성공했다. 2018년 한국 게임판에 이 외에 무슨 말이 필요할까.
그간 관성이 낳은 많은 게임들이 있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괜한 걸 시도했다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만연해 있었다.

듀랑고가 터닝포인트가 되길 기대한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도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유저들의 반응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한국에는 필요했다.


신진섭 기자 jsh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