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달 밝은 밤이면 도깨비들이 사람들을 홀리기 위해 마을로 내려오곤 했는데 문가에 여뀌꽃을 심어놓으면 마을로 내려온 도깨비들이 밤새도록 여뀌꽃을 헤아리다가 다 세지 못한 채 그만 날이 새어 되돌아가곤 했다는 게 여뀌꽃에 얽힌 전설이다. 전설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여뀌꽃은 꽃인지 열매인지 모를 정도로 좁쌀알처럼 작은 꽃송이를 다닥다닥 달고 꽃을 피우는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여뀌는 생명력이 강해 산기슭이나 밭둑을 가리지 않고 습기가 있는 곳이면 뿌리를 내리고 군락을 이룬다. 꽃이라고 하기엔 너무 볼품이 없어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자잘한 꽃송이들이 한데 뭉쳐 꽃방망이를 이룬 것을 보면 도깨비 방망이 같기도 하다.
여뀌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꽃을 피우는데 강한 생명력만큼이나 개여뀌, 기생여뀌, 이삭여뀌, 가시여뀌, 끈끈이여뀌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여뀌는 독성이 있어 소도 뜯어먹지 않는 풀로 알려져 있는데 예전에는 이 여뀌를 뜯어다가 돌로 찧어 그 즙으로 물고기를 잡기도 했다.
혼자 있을 때보다는 둘이, 둘이 있을 때보다 군락을 이룰 때 더 많은 곤충들을 유인할 수 있고, 수분의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식물들이 꽃을 피우는 목적은 단 하나, 열매를 맺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우리가 누리는 꽃의 아름다움은 덤으로 얻은 호사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은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으며 우리를 행복하게 해준다.
일찍이 조동화 시인은 ‘나 하나 꽃피어’란 시를 통해 이렇게 말을 했다.
“나 하나 꽃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세상에 피는 꽃치고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지만 비록 작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꽃일지라도 모여 피면 꽃밭이 되고, 꽃들판을 이루게 마련이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다. 작은 빗방울이 모여 큰 강을 이루는 것처럼 볼품없어 보이는 작은 들꽃도 모여 피면 아름다운 꽃들판을 이룬다. 전 세계인들이 한 자리에 모여 펼치는 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의 꽃을 피우는 꽃들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