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스트블뤼테(Angstblüte)는 독일어로 '공포, 두려움, 불안'을 뜻하는 앙스트(Angst)와 ‘개화, 만발, 전성기’를 뜻하는 블뤼테(Blüte)의 합성어로 우리말로는 ‘불안 속에 피는 꽃’으로 의역할 수 있다. 모든 식물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감지하는 순간 자신의 생애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위기의 순간, 식물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꽃을 피우는 것은 씨앗을 맺어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가기 위함이다.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의 비밀 또한 앙스트블뤼테와 무관하지 않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가 만든 바이올린은 역사상 가장 정교하고 풍부한 감정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는 명품으로 꼽힌다. 그는 94세까지 악기를 만들었지만 누구에게도 악기제작방법을 전수하지 않아 지금까지도 그 비밀을 풀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연구가 있었지만 가장 유력한 설은 악기 제작에 사용된 목재에 비밀이 숨어 있다고 한다.
곡지(曲枝)라는 말이 있다. 문자 그대로 굽은 가지를 이르는 이 말은 산등성이나 바위틈에서 이리저리 뒤틀린 나무를 가리킨다. 모든 식물은 한 번 뿌리 내린 곳이 곧 제 삶의 터전이자 무덤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묵묵히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몸을 맞추어 살아갈 뿐이다. 바람이 세차면 바람이 덜 부는 쪽으로 가지를 뻗고, 햇볕이 부족하면 햇살 쪽으로 몸을 비튼다. 뿌리를 뻗다가 바위를 만나면 옆으로 틀어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다가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 오면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앙스트블뤼테(Angstblüte). 나무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