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불호령이다. 롯데제과 기자실로 출근하자마자 왜 어제(28일) 아침에 내린 지시에 대한 보고를 아직도 안 하냐는 데스크의 잔소리가 있었음에도 또 보고를 소홀한 탓이다. 빠다코코넛과 스크류바, 그리고 지금도 내 가방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후라보노껌의 익숙한 맛으로 기억되는 롯데제과였지만 그곳 기자실에서 일하는 것은 첫날부터 익숙치 않은 실수와 긴장의 연속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내려가면서도 코미디를 찍었다. 데스크가 일러준 구내식당을 못 찾고 1층에서 방황하다 안내문을 보고서야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층으로 내려갔다. 어리바리하며 보고를 못 챙기다 점심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데스크의 호출을 받은 것이다. 대충 이것저것 담은 점심밥이 거의 그대로였다.
보고에 신경을 쓰면서 기사까지 빨리 쓰려고 또 허둥지둥댔다. 점심시간 전, 데스크에게 두 번이나 독촉을 받은 기사는 한시가 넘어서야 겨우 올릴 수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두 가지를 계속 챙기려다 보니 버퍼링이 자꾸 걸리는 컴퓨터마냥 행동이 굼떴다. 보고를 자꾸 안 하는가 하면, 메일함 어딘가에 있을 자료를 찾지 못했다. 이제 막 입소한 훈련병으로 되돌아간 기분이다. 긴장의 끈은 팽팽하게 당겨졌으나 실상은 계속 어리바리한 존재 그 자체였다.
어리바리한 훈련병 앞에 선 훈련소 조교는 군인이 되려면 ‘사젯물’을 빼야 한다고 주의를 주면서 관등성명대는 법을 연거푸 가르쳐줬다. 군인이 되는 첫걸음은 누가 툭 치기만 해도 “226번 훈련병 OOO”가 바로 튀어나올 수 있게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는 것이었다. 수습기자에게는 보고가 관등성명이나 마찬가지다.
이제 막 수습기자를 시작한 내게 데스크가 오늘 하루 동안 가장 많이 한 말은 모든 일을 보고하라는 것이었다. 기자는 거기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데스크가 왜 보고 안 했냐는 잔소리를 하기 전에 무언가 정보보고를 할 수 있는 날을 기대한다. 기사를 쓰는 지금도 카톡창은 연신 깜빡인다. 방금 롯데제과 기자실에 홍보팀으로 보이는 이가 기자실 상황을 파악 후 올라갔다고 보고할 참이다.
이렇게 오늘 하루 기레기(쓰레기+기자)가 아닌 진짜 기자의 업무를 배운다.
"면수습하는 날, 수습기자의 이름과 얼굴이 공개됩니다. 기대해주시길."(수습기자의 담당 데스크)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