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환경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으로 사철 푸른 잎을 달고 사는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등장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나무다. 일찍이 율곡 이이 선생 같은 분은 세한삼우라 하여 송(松)•죽(竹)•(梅)를 꼽았으며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에도 소나무는 빠지지 않았다. 선비의 변치 않는 충절과 곧은 절개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나무로 안성맞춤이었기에 사육신 중의 한 명인 성삼문 같은 이는 죽은 뒤에 봉래산 제일봉에 독야청청한 낙락장송이 되겠다고 하기도 했다.
한반도에 소나무가 살기 시작한 것은 약 6000년 전부터이고, 본격적으로 많이 자라기 시작한 것은 3000년 전부터라고 하니 그 긴 세월 동안 소나무와 더불어 살아왔으니 우리 민족에게 소나무는 더없이 정겹고 사랑스러운 나무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일 수밖에 없다. 아이가 태어나면 금줄에 솔가지를 달고, 소나무로 집을 짓고 살다가 죽으면 소나무로 짠 관에 담겨 소나무가 사는 산에 묻힐 만큼 우리 민족은 소나무와 함께 태어나 소나무와 함께 생을 마감하며 살았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소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교목으로 지력이 낮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란다. 소나무는 대표적인 풍매화다.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아닌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한다. 바람이 불 때마다 봄 하늘을 뿌옇게 흐리며 송홧가루를 허공에 풀어놓는다. 물 빠짐이 좋고 일사량이 많아야 잎이 싱싱하고 나무의 자라는 모양새도 좋아진다. 이런 소나무의 생태적 특성 때문에 어렸을 때 잘 보살펴 주지 않으면 어느 정도 세월이 지나고 나면 활엽수에게 소나무는 제자리를 내어주고 만다.
전운이 감돌던 군사분계선 위에 남북 정상이 우리 민족이 가장 사랑하는 소나무를 심은 것은 남북이 오랜 반목과 적대의 관계를 청산하고 새로운 평화와 번영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걸음을 떼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제 기념식수한 소나무가 전쟁 없는 평화 속에서 통일의 그날까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도록 온 국민이 마음을 한데 모아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비록 내 삶이 달라지지 않는다 해도.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