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오신 날을 즈음하여 탐스럽게 피어나는 꽃이 불두화(佛頭花)다. 이름 그대로 부처의 머리를 닮은 꽃이다. 꽃송이가 마치 곱슬곱슬한 부처의 머리카락인 나발(螺髮)을 닮아 붙여진 이름인데 절에선 흰 승무 고깔을 닮았다고 ‘승무화(僧舞花)’라 부르기도 한다. 영어로는 눈을 뭉쳐놓은 공 같다고 해서 ‘스노볼 트리(Snowball Tree)’라 한다. 내 어렸을 적엔 사발꽃이라 불렀는데 멀리서 보면 정말 흰 쌀밥을 가득 담아 놓은 사발 같이 보였다.
불두화의 모체가 되는 백당나무는 두 가지의 꽃을 함께 피운다. 백당나무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성 관목으로 키가 3m를 넘지 못한다. 백당나무라는 우리 이름의 어원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흰색 꽃을 피우는 당분이 많은 나무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실제로 백당나무는 밀원식물로 꽃이 피면 많은 벌과 나비가 찾아온다. 백당나무꽃을 자세히 보면 흰 꽃들이 여러 개 모여 둥글게 꽃차례를 만들어 다는데 안쪽의 작은 꽃들이 유성화이고 바깥쪽을 장식하는 조금 큰 꽃은 무성화이다. 꽃잎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중심의 유성화는 둘레의 화려한 꽃잎만을 지닌 무성화가 유인한 곤충들의 도움을 받아 수분을 하여 열매를 맺는다. 유성화와 무성화의 효과적인 역할 분담을 통한 고도의 생존전략인 셈이다.
봄꽃이 지고 아직 여름 꽃은 피지 않아 세상이 녹음으로 짙어져 갈 때 초록 위에 흰 수를 놓듯 탐스럽게 피어나는 백당나무 꽃이나 불두화를 보면 부처의 ‘너 없이 나 없고, 나 없이 너 없어 서로가 기대어 있다’는 연기(緣起)의 가르침과 ‘서로 더불어 살라’는 상생(相生)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명심보감에 이르기를 ‘하늘은 녹이 없는 사람을 낳지 않고, 당은 이름 없는 풀을 기르지 않는다’고 했다. 백당나무의 유성화와 무성화가 각기 역할이 다르듯이 사람마다 존재의 이유와 역할이 있게 마련이다. 절마당의 흰 불두화가 우리의 속된 마음을 정화시켜주듯 서로의 존재를 귀하게 여기고 자타불이(自他不二)의 마음으로 이웃을 꽃 보듯 대한다면 세상은 훨씬 향기로워질 것이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