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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숙제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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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건설업계,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숙제 어떻게?

건설부동산부 한지명 기자.이미지 확대보기
건설부동산부 한지명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한지명 기자] 건설업계에 ‘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숙제가 떨어졌다.

그런데 이 숙제는 건설업계 스스로 해결책을 찾기에는 방정식이 매우 복잡하다. 제대로 풀면 건설 현장에서 일상이 된 초과근무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잘못 풀면 부작용만 넘쳐날 수 있어서다.
7월 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부터 근로시간이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한 달여 앞으로 바짝 다가온 가운데 보완책을 두고 건설업계 노사 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먼저 건설사들은 4가지 이유를 들며 반발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를 통해 내놓은 첫번째 대안은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한 근로자 수에 따라 단축 적용 시기를 달리하는 현행 개정안을 바꿔 건설업의 경우 총 공사 계약금액을 바탕으로 별도의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해달라는 것이다.
‘300인 이상 원도급, 100인 이상 하도급 업체’처럼 서로 다른 규모의 건설사가 협업하는 사례가 대다수여서 근로시간이 긴 업체를 기준으로 일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또 이미 계약이 체결된 경우 인력 부족으로 공사 기간이 지연될 수 있는 만큼 소급적용하지 말고 향후 입찰 공고하는 공사부터 적용해 달라는 요구다. 건설업 특성상 특정 기간 내 연속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탄력근로제의 단위 기간 확대, 해외사업장 예외 인정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총 공사 계약금액을 바탕으로 한 별도 산정기준 마련 방안을 제외하곤 강경하게 반대한다. 건설 노조 등은 건설업계가 지나치게 앓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과 휴식의 조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건설 현장의 경우 다양한 규모와 직종의 근로자들이 한데 얽혀 일하는 만큼 세심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공통된 목소리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은 영세 중소건설업체들엔 사활이 달린 문제다. 대부분 대형 건설사들로 이뤄진 원청업체들은 어느 정도 버틸 여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원청이 쉬는데 하청업체만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용직 근로자들로 구멍을 메울 수도 없다. 현장감독 같은 관리 인력이 없으면 되레 부실시공이라는 최악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아무리 타당한 정책도 서두르다가 중요한 것을 놓친다면 그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축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현실에 맞는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 복잡한 건축업 생태계는 그대로 둔 채 기업만 압박해서는 부작용과 홍역이 만만찮을 것이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