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이코노믹 석지헌 기자] 지난달 31일 오후 8시경, 뜬금없이 ‘우리은행 오류’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전산오류로 갑자기 금융업무가 중단되자, 포털에 이를 검색한 사람들이 급증한 것. 우리은행의 차세대 시스템 교체 후 두 번째 전산오류였다.
온라인 상에 불만글이 쇄도했다. 마트에 갔다가 결제하려고 카드를 줬는데 시스템 오류라고 결제가 되지 않아 당황했다는 고객들부터 급하게 계좌이체를 해야 했는데 난감했다는 고객까지.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SNS상에 실시간으로 쏟아졌다.
우리은행은 침묵했다. 보통 은행에서 전산오류가 일어나면 ‘뭐가 문제였는지, 어떻게 조치했는지, 그러니 앞으로 안심하고 거래하라’ 등의 내용을 홈페이지 상에 공지를 띄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공지도 사과도 없었다. 10분도 아니고 1시간, 고객들은 카드 결제도 못하고 중요한 금융 업무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른 것이다. 우리은행이 전산오류를 ‘없었던 일’처럼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은행은 차세대 전산시스템 가동 첫날인 지난달 8일 오전부터 모바일뱅킹인 ‘원터치개인뱅킹’에서 계좌이체가 되지 않거나 앱 실행이 되지 않는 등 장애가 발생했다. 그러다 또 터진 전산오류. 백 번 양보해 당시엔 전산시스템 복구에 신경 쓰느라 공지를 띄울 여력이 없었다 해도, 상황이 정리된 후 고객들에게 자초지종을 알려 신뢰 회복에 나서는 것 또한 어려웠다고 변명할 순 없을 것이다.
내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는 우리은행에 중요한 시기다. 지주사 전환 시도는 금융당국과의 교감도 중요하지만 충분한 고객 기반이 있었기에 가능하단 것은 우리은행이 더 잘 알 것이다. 금융의 기본은 정직과 신뢰다. 은행은 고지식한 정직함이 필요하며, 신뢰는 곧 은행의 자산이다. 고객은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벗어나 신뢰·불신의 이분법적 프레임으로 은행을 선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