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란(木蘭)은 ‘나무에 피는 난초’ 같다고 하여 북한 쪽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우리말 정식 이름은 함박꽃나무다. 목련과에 속하는 활엽소교목인 함박꽃나무는 목련을 많이 닮아서 ‘산목련’이라고도 하며 한자 이름은 ‘천녀화(天女花)’로 불린다. 천상의 선녀를 닮은 꽃으로 비유될 만큼 어여쁘고 사랑스러운 꽃이기 때문이다. 함박꽃은 작약을 일컫는 이름이기도 한데 함지박만큼이나 꽃이 크고 화사하여 ‘함박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처럼 함박꽃나무 꽃도 나무에 피는 꽃 치고는 큰 편에 속한다. 진달래를 국화로 정했던 북한이 도중에 이 꽃을 국화로 바꾼 것은 1980년대 초반에 김일성이 산속에 피는 목란의 크고 고운 자태에 반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함박꽃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도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주로 깊은 산골짜기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소교목이지만 더러는 7m까지도 키가 큰다. 잎은 손바닥처럼 넓은 타원형으로 큼직하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뚜렷한 잎맥 같은 것도 없어서 시원한 느낌을 준다. 대부분의 목련과의 나무들이 잎을 내기 전에 꽃을 피우는 것과 달리 함박꽃나무는 잎이 다 자란 봄의 끝자락이자 여름 들머리인 5~6월에 새 가지 끝에 순백의 꽃을 한 송이씩 피운다. 아이 주먹만 한 커다란 꽃이 한 개씩 달리는데 꽃송이가 너무 큰 탓인지 제 무게를 못이기는 듯 꽃송이는 아래를 향해 피어난다. 순박한 산골처녀의 수줍음 많은 미소처럼 고운 꽃에서 번져나는 향기는 난향처럼 맑고 그윽하여 오래도록 발길을 놓아주지 않는다.
또 하나의 특징은 중국이 고향인 백목련이나 자목련은 한꺼번에 피어나 만개했을 때에는 나무 전체를 뒤덮을 만큼 화려하지만 며칠 못 가 한꺼번에 시드는 모습은 참혹한 느낌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이에 반해 함박꽃나무의 꽃은 무궁화처럼 날마다 몇 송이씩 피어나서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다. ‘수줍음’이라는 꽃말을 지닌 함박꽃나무는 조용히 꽃 피는 모습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와도 잘 어울리는 꽃이라 할 수 있다.
열매는 9~10월에 붉은 색으로 익는데 그 생김새가 특이하고 붉은 고추를 닮은 열매 속의 씨앗들은 산새들의 좋은 먹잇감이 되어준다. 한방에서는 이 나무의 뿌리 꽃 등을 두통, 축농증, 치통, 건위제, 구충제 등의 약재로 썼다.
함박꽃나무는 약간 습하고 비옥한 약간의 그늘진 곳에서 잘 자란다. 너무 추운 곳만 아니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적응할 수 있어 조경수로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어느 해 봄, 강원도 화천 여행에서 함박꽃나무 꽃을 만났던 순간은 아직도 마치 어제 일처럼 선연하다. 파로호 북쪽 평화의 댐 아래의 작은 마을인 비수구미마을로 가는 숲길에서 함박꽃나무의 흰 꽃과 마주쳤다. 키 작은 꽃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가 맑은 향기에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나의 눈길 속으로 들어온 꽃은 그냥 꽃이라 하기엔 너무 아름다웠다. 꽃은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환하게 함박 같은 웃음을 짓고 나를 반겨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야생화에 관심을 갖게 된 뒤로 한 걸음 한 걸음 꽃에게 다가갈수록 어여쁘지 않은 꽃은 어디에도 없다. 왜냐하면 밥풀 같은 작은 꽃이라도 그 한 송이 피우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인고의 나날이 들어 있는지 알기 때문이다. 어렵게 찾아온 평화 무드가 성공적인 북미화담으로 이어져 핵 없는 한반도, 꽃 피는 금수강산에서 온 민족이 함박웃음 웃을 날을 기대해 본다.
백승훈 사색의향기 문학기행 회장(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