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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입주민 두 번 울리는 ‘하자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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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입주민 두 번 울리는 ‘하자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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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부 한지명 기자
청와대 인터넷 신문고는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들의 한 맺힌 인터넷 해방구처럼 보인다. 하루 수백여건의 민원이 신문고에 접수된다.

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건설사와 입주민 사이에 벌어지는 각종 민원이다. 하자보수 문제, 분양 사기, 건설사 폭리 등이 주류다. 서민들의 전 재산이 걸리다시피 한 민원이라 아픔이 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최근 GS건설 ‘포항 자이아파트’ 부실시공 논란도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번졌다. 예비 입주자들은 건설사가 제시한 일정에 따라 사전점검에 나섰다가 크게 실망했다. 상당수 집이 벽지와 장판, 마감재가 부서지거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결국 포항시는 보수 및 보완이 완료될 때까지 사용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준공 예정일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성난 입주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포항시 등에는 예비 입주자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아파트 부실 공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입주를 마친 한 신도시의 A아파트도 시멘트가 가루로 변해 으스러지고 반복되는 누수로 벽면에 곰팡이가 끼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업자와 업체 간의 분쟁 사례는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부실·하자를 심사해 달라는 신청은 지난해만 4087건 접수됐다. 이는 2016년의 3880건보다 5.3% 증가한 수치다.

결국 수억 원의 값을 지불하면서도 내가 살 집이 어떤 지도 모르는 '선분양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분양제도는 41년 전인 1977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주택 보급률이 70% 정도 낮은 상태에서 도시화와 맞물려 대량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전처럼 경제 규모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도 지났다. 소비자들이 모델하우스(본보기집)만 본 뒤 수십 년간 모아온 돈을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부실시공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는 고민을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