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건설사와 입주민 사이에 벌어지는 각종 민원이다. 하자보수 문제, 분양 사기, 건설사 폭리 등이 주류다. 서민들의 전 재산이 걸리다시피 한 민원이라 아픔이 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결국 포항시는 보수 및 보완이 완료될 때까지 사용검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준공 예정일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성난 입주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다. 여전히 포항시 등에는 예비 입주자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다.
업자와 업체 간의 분쟁 사례는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잘 드러난다. 국토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부실·하자를 심사해 달라는 신청은 지난해만 4087건 접수됐다. 이는 2016년의 3880건보다 5.3% 증가한 수치다.
결국 수억 원의 값을 지불하면서도 내가 살 집이 어떤 지도 모르는 '선분양 제도'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분양제도는 41년 전인 1977년 처음 도입됐다. 당시 주택 보급률이 70% 정도 낮은 상태에서 도시화와 맞물려 대량공급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 보급률은 100%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전처럼 경제 규모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도 지났다. 소비자들이 모델하우스(본보기집)만 본 뒤 수십 년간 모아온 돈을 내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부실시공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는 고민을 이제는 시작해야 할 때다.
한지명 기자 yol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