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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재벌 사내유보금 833조 환수 운동을 보는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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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재벌 사내유보금 833조 환수 운동을 보는 눈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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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박사 진단] 재벌 사내유보금 833조 환수 운동을 보는 눈

사내유보금을 둘러싸고 전쟁이 일고 있다.

일부 진보단체들이 재벌들의 사내유보금 환수운동을 벌이고 나오면서 논전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본부는 최근 전경련 회관 앞에서 시위 집회를 열어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를 촉구했다.

최근에는 제도정치권도 사내유보금 논전에 뛰어들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의 기획재정부 전신인 재정기획부 장관 출신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30대 그룹의 사내유보금이 883조원에 달하는 것은 재벌 대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은 왜 늘어나는 것일까? 사내유보금이 늘어나는 것은 나쁜 것인가? 또 사내유보금은 환수대상인가?

이같은 세간의 의문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사내유보금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 볼 필요가 있다.

사내유보금이란 회계학상 Retained earnings 이다. 회계학에서 말하는 사내유보금이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것이다. 이익잉여금이나 자본잉여금이 늘어나면 사내유보금도 늘어난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자본잉여금이란 주식을 액면금액 이상으로 발행할 때 주로 늘어난다. 증시가 호황이거나 기업 미래 전망이 좋을 때는 액면금액 이상으로 유상증자를 할 수 있다. 주식 추가 발행액에 액면초과 금액을 곱한 것을 자본잉여금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이익잉여금은 순이익에서 배당을 뺀 것이다. 순이익은 늘어나는데 배당이 줄거나 늘지 않으면 이익잉여금이 증가한다. 여기서 순이익은 왜 늘어나는 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순이익은 매출에서 매출 비용과 영업비용을 뺀 것이다. 영업비용에는 근로자 급여가 들어가 있다. 순이익은 매출이 늘어날 때 일반적으로 증가하지만 급로자 급여를 줄여도 늘어날 수 있다. 매출이 느는데 근로자 급여를 늘리 않으면 사내 유보금은 늘어난다.
시민 단체가 노조가 사내유보금 환수 운동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매출이 늘어났는데도 급여를 늘리지않았거나 오히려 줄였기 때문에 사내유보금이 늘어났다고 보고 사내유보금 중 근로자에 돌아갔었어야 할 몫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는 논리이다.
문제는 사내유보금이 근로자몫인 급여를 적게 배분했을 때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닌데에 있다. 급여를 줄이거니 근로자몫을 제대로 챙겨주지 않을 때 사내유보금이 증가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급여만이 사내유보금을 좌우하는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기업이 연구개발비를 늘리거나 투자를 확대할 때도 영업비용이 늘어나 결과적으로 순 이익이 늘고 그 영향으로 사내 유보금이 증가할 수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사내유보금이 많은 것은 투자를 하지 않은 방증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사내유보금을 좌우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배당이다. 기업이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하면 순이익에서 배당을 빼 구하는 사내유보금은 줄어들게 된다. 바로 이 대목에서 기업주나 재벌들은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것은 주주 몫인 배당을 크게 하지 않은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사내유보금을 좌우하는 요인은 다양하다. 그러다보니 사내유보금 증가를 바라보는 관점에 시각차가 있을 수 있다.
사내유보금 증가의 이유가 근로자 급여의 감소라는 주장도 맞을 수 있고 투자 감소 세금감소 배당축소등에 의해 사내유보금이 증가했다는 주장도 맞을 수 있다. 사내유보금이 늘어난 정확한 이유를 알려면 각 기업마다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를 뜯어보아야 한다.
그런 각도에서 30대 재벌 전체를 뭉떵거려 사내유보금이 833조에 달한다고 무조건 환수하자는 주장은 맞지않을 수 있다. 각 개별 기업별로 정확하게 따지면 근로자 입장에서 볼 때 30대 재벌로 부터 환수 받아야할 돈은 833조원보다 많을 수도 있고 그 보다 적을 수도 있다.
사내 유보금과 관련하여 또하나 중요한 논점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어떤 형태로 보관되고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사내유보금이 모두 현금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다. 물론 모두 현금일 수 있다.
화계학에서는 사내유보금이 현금이나 아니냐를 구분하지 않는다. 사내유보금은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산한 개념일 뿐 보유형태는 따지지 않는다. 사내유보금이 현금일 수도 있고 예금일 수도 있고 또 부동산이나 기계일 수 있다. 회계학 상 자산에 속하는 계정과목은 모두 사내유보금이 될 수 있다.
전경련 등 재벌 옹호단체들은 사내유보금중 부동산이나 기계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이 땅을 사서 공장을 짓고 기계 장치를 도입한 유형자산과 연구개발(R&D) 투자로 얻은 지적재산권 등 무형 자산의 가치도 시내 유보금에 포함돼 있다. 계열사가 많은 대기업의 경우 계열사 지분에 투자한 주식도 사내유보금이다
전경련과 재벌들은 그같은 논리에서 사내유보금을 환수하면 기업의 기계나 부동산이 줄어든다는 주장을 한다.
반면 노조나 시민단체들은 사내유보금이 늘어나는 데에 근로자에 대한 분배가 적었던 것을 주목하면서 호환수운동을 벌이고 있다.
투자에 소극적이다 보니 사내 유보금이 늘어나고 있다는 민주당 김진표 의원의 주장도 부분적으로 맞다. 사내유보금을 줄이면 투자가 자동적으로 늘어난다는 반대의 논리는 성립하지 않지만 투자와 사내 유보금간에 어느정도 상관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자본가 편이라는 보수정권이라는 평가를 들었던 박근혜 정부 시절 최경환 부총리도 사내유보금를 줄여 투자를 촉진하자는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