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금융투자협회에서 성사된 윤 원장과 32개사 증권사CEO의 간담회에서도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 원장은 삼성증권 유령주식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금융기관 내부통제 혁신 TF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한 달이 지난 16일 윤 원장은 최근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 "증권사가 내부통제나 위험관리에 대해 투자하지 않고 있는 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은 10일부터 유진투자증권과 한국예탁결제원에 대한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이는 유령주식 논란과 관련해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이번 해외 유령주식 사태의 원인으로 자동화 시스템인 'CCF'(증권사간 데이터 자동 송·수신 시스템)방식을 일부 증권사들이 채택하지 않은 점을 꼽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을 포함해 대부분의 중소형 증권사들이 주식 대체 입출고·권리배정 업무에서 수작업이 필요한 'SAFE'(통합업무시스템) 방식을 도입하고 있던 것.
금감원측은 향후 증권사마다 자동화 시스템인 SAFE로 변경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전산비용이다. 현재 예탁결제원은 증권사에 CCF시스템 도입을 '권유'에 그치고 있다. 비용적인 부담외에도 증권사별 상이한 내부적인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전산채택을 자율적인 경영방침에 맡기기로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규제 압박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근 증권 거래대금이 줄어든 상황에서 증권사의 경영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권 금투협회장도 13일 간담회에서도 업계가 선진화되려면 자율적인 투자자보호가 선행되야 함을 재차 강조했다.
일각에선 윤 원장이 최근 유(流)한 태도로 변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윤 원장은 14일 금감원 검사팀장·검사 반장 100여명이 모인 자리에서 "종합검사로 금융회사에 부담을 지우지 않겠다, 금융회사가 금융감독 목표에 부합하면 검사를 감면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당근과 채찍'의 전략을 공언했다.
확실히 취임초 '호랑이'와 비교하면 부드러워진 모습이다. 지난달 초만 해도 '금융감독 혁신 청사진'을 내놓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금융회사들과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업계를 두려움에 떨게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금융투자업계에는 채찍을 휘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