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한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한국인프라금융투자회사(맥쿼리인프라, MKIF)의 운용권을 둘러싼 주주간 표 대결이 일단락 됐다.
자산운용사 교체 안건 결과는 '부결'. 기존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의 승리로 끝났다.
19일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은 맥쿼리인프라 운명을 지켜보기 위한 주주들로 북적였다.
총 참석주식수는 약 2억5820만주(투표율 74%). 이중 운용사 교체 안건 찬성주식수는 약 1억850만주로 총 발행주식 수의 31.1%에 그쳤다. MKIF 정관상 의결 기준인 발행주식총수 표결의 50%에 미달한 것이다.
이날 주주들 사이에선 안정적인 배당수익이 중요하다는 입장이 우세했다. 과도한 운용보수의 인하가능성과 이사회 구성 문제, 향후 투자계획에 대한 우려가 쉽게 가시지 않았던 것이다.
플랫폼파트너스는 이날 "국내 첫 주주행동주의 펀드로 외국계 거대 운용사에 의미있는 의구심을 제기했다"면서 "의결권 지분 총 4.1%(스왑계약에 따른 경제적 exposure 제외)를 보유 중인 장기적 관점의 주요주주"라고 자부했다.
이어 "이번 주총이 언론의 관심을 받으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맥쿼리인프라의 주주가치를 개선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앞으로도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날 주총에선 맥쿼리운용사에 운용권을 유지한 후, 지난달 운용보수 인하에 이어 추가 인하 여부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백철흠 맥쿼리자산운용대표는 확답을 피했다.
"보수계획은 주가에 영향을 줍니다. 시장 원칙상 보수는 수익 창출에 대한 대가다. 15bp에 3% 수익률에 만족하거나 10%에 100bp에 만족하느냐의 차이다"
다만 "맥쿼리 자산운용은 향후 주주들의 요구사항을 성실히 고민해 펀드가 최고의 수익을 내도록 운용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개월간 맥쿼리인프라 운용사 교체 공방은 국내 첫 행동주주의 사례로 꼽혔다. 현대차를 상대로 엘리엇 같은 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국내 현대차 등을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는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국내 5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가 시총 3조원에 달하는 외국계 투자회사를 상대로 경영 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자산운용이 통상 연 400억원 규모의 보수를 가져가는데 이를 10분의 1로 줄이라고 주장했다. 운용보수를 기존 시가총액의 연 1.25%에서 0.125%로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방은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도 팽팽하게 갈릴 만큼 금투업계가 주목했다. 글래스루이스·기업지배구조원·서스틴베스트 등은 찬성, ISS·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금융투자업계는 찬성의견이 30% 이상 높게 나온 이상 추가 운용보수 인하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측했다.
실제로 맥쿼리자산운용은 8월에 기본보수 인하 및 성과보수 산정·지급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운용보수를 기존보다 적게 받기로 결정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보수를 적게 받을수록 맥쿼리인프라가 지출하는 비용이 줄어들게 돼 주주 가치 향상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임시주주 총회를 계기로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 투자매력도가 높다"며 "비용과 안정성에 대한 고려가 의사결정에 더 크게 작용한 만큼 개선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손현지 기자 hyunji@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