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표현은 영국의 정치가인 매클러드(Iain Macleod)가 1965년 영국의회의 연설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학자가 아닌 국회의원이 맨 먼저 사용했다는 사실이 이채롭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그만큼 경제학의 세계에서는 생소한 개념이다.
매클러드(Iain Macleod)가 말한 성장률 폭락 속의 물가폭등은 적어도 고전파경제학의 세계에서는 이론적으로 불가능했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이 늘어난다. 실업의 증가는 노동비용을 낮출 뿐 만 아니라 소득과 유효수효를 감소시켜 결과적으로 물가를 떨어뜨리게 된다. 영국의회의 스태그플레이션 발언은 좋지 않은 경제상황을 더 극적으로 표현하기위한 한 정치인의 말장난으로 치부되었다.
결국 닉슨 대통령은 1971년 금태환 불능 선언을 하기에 이른다. 달러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만드는 데 기본 전제가 되었던 것이 달러를 언제든지 금으로 바꿔주는 금태환이다. 미국이 금태환 약속을 포기하면서 달러를 기축통화로 한 세계의 금융질서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금융 붕괴 속에 지구촌의 돈이 달러 대신 석유로 몰리면서 오일쇼크가 왔다. 국제유가가 한꺼번에 10배 이상 폭등한 것이다.
국제유가의 폭등은 기업의 제조원가와 생산비를 크게 올렸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이 도산했다. 실업자가 쏟아졌다. 경기가 침체를 넘어 공황상황으로 치달았다. 오일쇼크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가 둔화되면 물가가 덩달아 떨어져왔다,
그러나 오일쇼크상황에서는 경기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폭등하는 이상 현상이 생겨났다. 국제유가의 이상 급등이 물가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경기하락으로 수요가 줄어도 그 속도보다 국제유가로 인한 기업의 원가폭등과 그로 인한 가격상승 효과가 더 컸기 때문이다.
1960년대 말부터 중동국가들이 석유를 자원무기화 하면서 공급을 줄이기 시작했다. 그로인해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금태환 포기 선언까지 겹치면서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난 것이다.
경기는 최악이었고 실업률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데 물가는 오일쇼크 때문에 계속 올라갔다. 상품의 수요가 늘어나서 물가가 상승하는 것이 아니라 석유가격으로 인한 비용증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졌다. 수요는 없지만 비용이나 다른 요인들에 의해서 물가가 상승하게 되고 이로 인해 수요가 더욱 줄어드는 새로운 형식의 불황이 야기된 것이다. 이를 당시 경제학자들이 매클러드(Iain Macleod)의 의회발언을 인용해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명명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경제학자들에게는 매우 당혹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많은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사이의 역의 관계를 나타내는 필립스 곡선을 금과옥조로 맹신해왔다.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필립스 곡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암시하는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은 급격한 원유가의 상승으로 인한 비용 인상이 경제의 총체적인 공급을 위축시켜 발생한 현상이다. 원유나 곡물과 같은 원자재 가격의 인상에 따른 공급충격은 수요충격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좋은 길은 기술혁신이다.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의 증대만이 상품 생산원가를 감소시켜 상품 가격의 인하를 가져올 수 있다.
혁신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대한다. 상품의 재고가 줄어들고 공장이 다시 돌아가면서 일자리가 늘어난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상품의 생산이 활발해지고 그 결과 경기가 회복된다.
미국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바로 이같은 혁신으로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를 넘어섰다. 오늘날 우리 경제에 혁신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