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까지만 해도 한국 경제가 상승국면이라고 진단한 곳이 많았다. 정부는 물론이고 많은 전문기관들이 3% 이상의 성장률을 장담했다. 민간 경제계를 중심으로 경기를 우려하는 여론이 없지는 않았으나 청와대 등이 앞장서 경기상승 국면이라고 주장하면서 침체 론은 소수의견으로 치부됐다.
정부도 올 성장률 전망을 작년 12월 3.0%에서 올해 7월 2.9%로 내렸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최근 국정감사에서 "2.9%의 수정전망도 달성하기가 쉬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홍남기 부총리 내정자는 더 나빠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10월에 와서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을 3.0%에서 2.8%로 하향조정했다. IMF는 또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낮은 2.6%로 전망했다.
성장률 전망치 하락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1월 초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2.6%로 하향 조정했다. 상반기에 전망했던 올해 2.9%, 내년 2.7%에 비해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특히 올해 성장률 2.7%는 유럽 재정위기로 수출이 힘들었던 2012년의 2.3%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무디스도 한국경제 전망 하향조정에 나섰다. 세계3대 신용평가회사의 하나로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의 디폴트 가능성을 가능 먼저 제기했던 무디스는 지난 8일 세계 거시전망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제시했다. 무디스는 또 2019년 경제 성장률을 2.3%로 낮추었다.
무디스의 성장전망은 한국 정부 예측보다 크게 낮다.
이런 가운데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0% 오른 것으로 나왔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지수는 한동안 1% 미만에 머물러 디플레의 우려를 낳기도 했다.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아 경기진작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 초이노믹스라는 이름 의 통화량 증가는 기본적으로 물가가 오르지 않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그러던 물가가 어느 사이 그 두배 이상 수준인 2%까지 치솟았다.
정부와 통화당국은 물가억제목표를 2%로 잡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가 2%에 이르지 않도록 그 이전에 기준금리를 올려 돈줄을 죈다는 정책이다. 금리를 올려야할 정도로 물가가 오른 것이다.
성장지표는 갈수록 하강하고 있는 데 물가까지 올라 스태그플레이션의 우려를 낳고 있다.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와 농산품을 뺀 근원물가지수는 다행히도 아직 1.5%를 넘지 않고 있다. 바로 이 대목 때문에 아직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것dl 아니라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문제는 지금부터이다. 성장률이 현재의 전망에서 더 떨어지고 근원물가지수도 2%을 넘긴다면 그때는 옴짝달싹 할 수 없이 스태그플레이션의 함정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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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소장/ 경제학 박사 tiger828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