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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정유사들의 ‘강약약강(强弱弱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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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국내 정유사들의 ‘강약약강(强弱弱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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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백승재 기자
[글로벌이코노믹 백승재 기자] 강약약강(强弱弱强). 강자 앞에서는 약하고 약자 앞에서는 강한 이들을 비꼬는 신조어다. 최근 벌어진 국내 정유사들의 ‘주한미군 담합’ 사건을 보며 국민들이 떠올리는 단어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국내 주요 정유사들이 주한미군에 납품하는 기름값을 담합해오다 적발돼 망신을 당했다. 이들은 즉각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과 배상금을 물기로 했다. “그런 적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국내 담합 적발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SK에너지, GS칼텍스, 한진 등에 반독점법(클레이튼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총 2억3600만 달러(약 2655억원)의 벌금과 배상액을 부과했다. 이에 대해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고 벌금과 배상액을 지불하기로 했다.

지난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는 SK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가 2004년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해 과징금 526억원을 물린 뒤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정유사들은 “구조적으로 담합이 불가능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2015년 대법원은 이들에게 448억원의 과징금을 확정했다. 이들이 죄값을 치르기까지 8년의 세월이 흘렀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유사들이 이번에 즉각 혐의를 인정한 이유가 미국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두려워서라고 입을 모은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이 고의적·악의적으로 불법행위를 저지르면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토록 하는 제도다.

해외에서 이런 손실이 날 때마다 정유사는 손실부담을 국내 기름값에 은근슬쩍 반영했다. 결국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정유사들이 더 이상 ‘강약약강’하는 일이 없도록 국내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백승재 기자 tequiro071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