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의 면세한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거나 해외 면세점으로 눈길을 돌린 소비자들을 되찾아 와야 한다는 면세 업계의 논리를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매출 상위 브랜드에는 명품 브랜드 여럿이 이름을 올렸다.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팔린 품목별 매출 현황을 보면 고가 제품의 존재감은 더욱 도드라진다. 향수·화장품은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7000~8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며 매출 선두를 달렸다. 매년 인천공항 면세점 전체 매출 가운데 35%~39% 정도를 차지했다. 향수·화장품은 올해 상반기에도 527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피혁(1822억원), 시계(472억원), 패션·악세서리(294억원), 보석(263억원) 등도 상위권에 포함됐다.
면세한도 인상은 소득재분배를 기치로 내건 현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와도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공약했다. 그 뒤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보유세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재분배에 집중해 부유층과 빈곤층의 경제력 차이를 줄이고,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정책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정부가 한 손으로는 보유세 부과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다른 한 손에 면세한도 인상 카드를 쥐고 있는 모습은 아이러니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