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책임감의 과잉이나 회피로 인한 한 예를 들어보자. N사는 신규 아이템을 시장에 진입시키기 위해 사내에서 촉망받는 K팀장을 발탁하여 팀을 구성하고, 영업력이 탁월한 L사원을 스카우트하여 같은 팀에 배치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영업실적은 계속 부진했고 K팀장은 내심 실망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L사원이 심혈을 기울여온 중요한 고객사가 타회사 제품으로 결정할지 모른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고 L직원은 K팀장에게 지원을 요청했다. 그간의 진행상황을 잘 파악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K팀장은 L사원을 배제시키고 혼자서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하고, 고객사에도 수 차례 방문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으나 결국 타사에 계약을 뺏기고 말았다. 그 후 팀장은 L직원은 물론 다른 팀원들을 못 미더워하여 혼자서 모든 결정을 하고 지시를 내렸으며 관리통인 K팀장의 잘못된 지시로 영업실적은 곤두박질쳤으며, 역할을 상실한 L직원은 퇴사를 결심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한편 L직원도 모든 업무에서 책임감 회피의 행동을 보였다. K팀장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아 못마땅해 했고 실패하면 그것은모두 K팀장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어떻게 했어야 할까. L직원은 K팀장에게 도와달라고 하기에 앞서 자신의 향후 업무 추진상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판단이 옳은지 살펴봐주도록 부탁해 볼 수 있었다. 또한 발표를 포기하기 보다는 K팀장과 함께 고객의 관심을 확실히 잡아 끌 수 있는 아이디어를 의논할 수 있었다.
책임 과잉 때문에 지금 겪고 있는 문제 하나를 선택한다. 허둥지둥 혼자서 다 하려는 태도에서 한 발자국 물러나서 업무 우선 순위와 업무처리 프로세스를 따져가며 일 처리를 해나가면 책임회피 하는 동료를 보며 불만을 가지는 마음도 줄어들게 된다. 전체적인 업무 조정은 리더의 일이므로 맡기고 자신의 페이스 대로 일을 해 나가는 지혜가 중요하다. 리더는 팀원들을 예의 주시하여 책임감 과잉이나 회피의 징후가 포착되면 업무 조정이나 면담을 통해 갈등을 조정해가며 애자일 조직으로 이끌고 나가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다.
이긍호 플랜비디자인 리더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