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님 말고' 식 부동산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이 연달아 고배를 마시던 무렵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라디오에 출연해 던진 말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 인구 2282만9335명 중 강남구 인구는 54만3907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3%다. 나머지 97.7%는 강남에 살지는 않지만 나름 수도권 삶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 장 실장이 말한 것처럼 모든 국민이 '강남 2.3%'에 속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사실은 국민 대부분도 다 안다. 이들이 이를 악물고 살아가는 이유는 꼭 강남에 살려는 게 아니다. 물론 언젠간 대박을 터트려 꼭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꿈은 언저리에 존재할 것이다. '꿈은 크게 이상은 높게 현실은 견고하게'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너무도 억울한 상황이 아닐까. 살아볼 엄두조차 내지 않은 강남 때문에 살고 싶은 곳의 진입장벽이 높아지니 말이다. 그저 묵묵히 내 집 마련의 꿈을 갖고 달려온 서민들은 마치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아닐 수 없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주먹구구식'이란 말도 듣는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지경이라는 질책도 받는다.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만 오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선 것일 뿐이라 반갑지 않다는 말도 많다. 이미 용인, 수지, 부천 등 비조정 지역 아파트값까지 들썩거리고 있어 다른 풍선효과를 예고한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부동산 대책이라며 내놓은 주택담보대출 규제는 오히려 금리가 더 높은 신용 대출로 서민들을 몰고 있다. 지난달 신용 대출은 2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10년 만에 최대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는 기자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복잡한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주거와 투기, 한 채와 두 채로 나눠버리는 정부의 정책들이 도리어 서민들에게 칼을 꽂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효과는 없고 역효과만 있는 정책 탓에 애꿎은 서민의 등골이 휘고 있음을 정부만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윤진웅 기자 yjwdigital@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