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라는 서양 속담이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 지원정책의 일환으로 카드 수수료 인하안을 내밀고 정치권은 제로페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 정책 모두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한 선한 의도지만 당장 업계에서는 분란만 커지고 있다.
당국의 일방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안은 생계가 위태로워진 카드사 노조의 반발과 카드사 혜택이 줄어든 소비자 공분을 샀다.
특히 제로페이는 시범사업 개시일이 1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도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당국의 수수료 인하 정책이 제로페이를 밀어주기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도 자연스러워 보인다.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시와 제로페이 가맹 계약 신청을 낸 가맹점은 1만6756곳으로 서울시 전체 소상공인 약 66만명의 2.5%에 불과했다.
카카오페이, BC카드 등이 잇달아 불참의사를 밝히면서 제로페이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은행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사업에 참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제로페이 플랫폼 설치 비용과 운영비용,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체 수수료 모두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들이 내야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는 제로페이로 인해 앞으로 더 험난한 길이 예상되고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최근 서울시가 준비기간 부족 등으로 논의하지 않겠다고 밝힌 여신기능을 앞으로 제로페이에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카드업계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여파를 메우기 위해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신용카드 정책부터 섣불리 건들이는 것 아니냐는 울분이 터져나온다.
상생을 외치던 문재인 정부가 과연 기존 금융업계 종사자들도 상생의 범주에 포함시켰는지 의문이다.
카드수수료 인하와 제로페이는 과연 금융업계와 소상공인의 상생협력을 위한 공정한 정책인가.
그저 카드업계 생존력을 제로화하려는 듯 하다.
장성윤 기자 jsy3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