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이 문을 닫으면 감기약이나 해열제를 구하기 힘든 때가 있었다. 지난 2012년 편의점에서 감기약, 소화제, 해열제 등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불편함이 많이 사라졌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이하 한편협)에 따르면 편의점의 안전상비약 판매는 지난 2017년 추석 직전 주 대비 약 168%, 지난해 설 연휴 기간 114% 늘어났다. 한편협은 365일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 업태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6.4%, 올해 10.9%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편의점 점주들은 24시간 영업을 지속할지 고민에 빠졌다. 인건비 부담 때문에 야간 영업을 접으면 24시간 영업을 전제조건으로 가맹본사가 제공하는 전기료 지원 등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이하 전편협)는 올해 최저임금이 적용된 1월분 임금이 나가는 다음달 중순이면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려는 점주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성인제 전편협 공동대표는 “지금은 대학교 방학 기간이라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사람이 많지만, 3월 개학 이후에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그러면 비판받는 ‘쪼개기(노동시간 단축)’도 할 수 없게 돼 영업은 더 어려워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국민 편의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제도의 취지가 흔들리는 대목이다. CU가 최근 3년간의 안전상비의약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의 매출은 35%에 이른다. 자정부터 6시까지의 매출도 20%를 차지한다. 편의점이 문을 닫은 이후 매출이 절반을 넘는 셈이다.
낮에도 편의점에서 감기약이나 소화제를 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약사법이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자격을 “24시간 연중 무휴 점포를 갖춘 자”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국민 생활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형수 기자 hyu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