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엄청난 예대마진을 거두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누적 이자수익이 29조9000억원으로 2008년 이후 최대다. 이런 추세가 4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지난 한 해 이자수익만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가부양 정책으로 자사주 매입 카드를 꺼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난해 9월과 11월 각각 2000억원,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했던 신한금융과 KB금융은 발표 당일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배당정책으로 주주들에겐 훈풍이 불었지만, 감원 칼바람에 고용은 꽁꽁 얼었다. 배당정책이 비난받는 이유다. 하나은행은 직원 241명, 신한은행은 올해 1월 235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은 희망퇴직에 400여명이 신청했다. KB국민은행도 600명이 감원됐다.
기업의 가치 제고를 위해 배당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하지만 금융지주사 실적을 속속들이 보면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금융지주회사의 순이익은 서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가계대출 증가 때문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대출이자 고통 속에서 허덕이며 빚을 갚고 있다. 그들의 피를 쥐어짜서 얻은 실적으로 자기들 잇속만 챙기는 행태를 곱게 볼 리 없다.
투자업계는 금융사들이 자기주식이나 배당으로 돈을 쓰는 것은 성장사업을 못 찾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했다. 금융권의 노동이사제 도입 등 금융권을 감시할 메커니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계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확대 이전에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포용 성장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한현주 기자 han091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