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칭찬도 갑자기 하면 저항을 불러오는 것은 마찬가지다. 평상시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던 사춘기 자녀가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 정말 멋있어요!, 엄마 사랑해요!"라고 칭찬하면 부모가 좋아할까? 아니다. "무슨 꿍꿍이지? 용돈을 달라는 건가? 혹시 큰 잘못을?"이라고 생각하며 가슴이 덜컥 내려 않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EBS에서 이런 칭찬 실험을 했다. 도덕 선생님이 사춘기 학생들에게 부모님을 30번 칭찬하고 그 내용을 일기로 써 오라는 숙제였다. 한 남학생이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계시는 그 자체가 사랑스럽습니다!"라고 칭찬했다. 아버지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믿기 어렵겠지만 "미친놈!"이란 반응을 보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는데 말이다. 다른 여학생도 엄마에게 "엄마가 이렇게 학교 보내 줘서 공부를 잘하게 됐어!"라고 하자 엄마는 "야! 이 지지배야, 네가 공부를 뭘 잘해! 반에서 00등 하는 게 잘 하는 거냐. 어! 너 뭐 잘못 먹었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칭찬은 분명히 좋은 것이다. 누구나 듣길 좋아한다. 사람을 기분좋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칭찬은 저항을 불러온다. 물론 처음에는 비판적이었던 부모들도 구체적인 관찰 사실에 근거한 칭찬을 30번쯤 하다 보니, 눈물 흘리는 어머니도 계셨다. 하지만 갑작스런 변화는 어느 누구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래서 잭 웰치는 핵심가치를 내재화 하려면 700번 이야기해야 한다고 했다. 그만큼 변화가 어렵다는 말이다.
예를 들면. 감동적인 코칭 교육을 받은 후 갑자기 질문하면 저항을 불러오겠지만 다음처럼 선언하면 저항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이번에 내가 코칭 교육을 받으면서 많은 반성을 했습니다. 특히 인간은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존재이며 문제와 답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질문하면 해결책을 스스로 찾는다는 코칭철학을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질문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경우 제 경험을 이야기할 순 있겠지만 선택권은 여러분에게 드릴 것입니다. 늘 지시만 하다가 질문하겠다는 약속을 저도 지키기 어렵겠지만, 질문받는 여러분은 더 힘들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질문리스트를 미리 제공하겠습니다. 앞으로 보고할 때는 제공된 질문 리드트에 답변을 미리 준비해 오시기 바랍니다. 질문 내용은 '①이슈는? ②현재 상황은? ③그 이슈가 중요한 이유나 의미는? ④바람직한 상태는? ⑤자신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은? ⑥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⑦버려야 할 것은? ⑧새롭게 시도해 볼 것은? ⑨매일 해야 할 것은? ⑩계획이 실행되면 좋아지는 점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에 대해 미리 생각을 정리해 오시길 바랍니다. 새로운 시도가 모두에게 쉽진 않겠지만 질문은 존재감을 일깨우고 자발성을 이끌어 내는 경험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에 이를 꼭 실천할 것입니다."라고 미리 선언하면 어떨까? 저항을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사실 이런 선언은 새로운 제도 도입 외에, 승진시나 부서 이동시에 활용해도 좋다. 마음에 들지 않은 부하의 행동이 관행처럼 굳어져 버린 경우라면 지금이라도 자신의 경영방침을 분명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 같다는 반성과 함께 조직 운영방침을 선언하는 것이 좋다. 물론 경영방침 외에 자신의 직업 가치나 일하는 방식 또는 평가기준 같은 것을 함께 선언하면 더욱 좋다, 한번 실행해 보라. 확실한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류호택 (사)한국코칭연구원 원장('상사와 소통은 성공의 열쇠'의 저자)